송기현의 살림운동
가슴속에 만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본문
추사 김정희의 그림과 글씨는 국보급 문화제와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 분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은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추사 김정희는 "가슴속에 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고 했다. 바로 추사의 그림과 글씨는 단순히 그의 재주로만 된 것이 아니라 그가 만권의 책을 먹었기 때문에 그것이 소화가 되서 자신의 글씨와 그림이 되었다는 것이다. 명나라 말의 화가였던 동기창(1555-1636)도 "예술가가 되려면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여행을 하라"고 했었다.
계절은 벌써 5월의 끝자락에 와있다. 5월은 장미의 계절이라 할 만큼 여기저기 장미들이 피어서 향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향수 1온스(28.3g)를 만들기 위해서는 1톤의 장미꽃잎이 사용된다고 한다. 엄청난 양의 장미꽃잎을 사용해서 몇 방울의 향수를 만들어내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적어도 부끄럽지 않게 무엇을 남 앞에 내어놓을 만하게 만들려고 하면 추사 김정희의 말이나 엄청난 양의 장미꽃에서 추출한 향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남 앞에 내놓으려고 하면 그만큼의 자기 배움과 자기 충전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세상에 나오자마자 곧 바로 구겨져 휴지통으로 들어가지는 신세를 면하게 될 것이다. 기왕지사 작품을 남기려고 하면 가치 있는 명작을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향수는 발칸산맥의 장미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향수 생산업자들은 발칸산맥의 장미를 가장 춥고 어두운 시간인 새벽 2시 사이에 딴다고 한다. 장미는 한 밤중에 가장 향기로운 향을 품기 때문이란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래서 역경은 인생에 있어서 마이너스만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더 진한 인생의 향기를 간직할 수 있도록 주신 기회이기도 하는 것이다.
보기 좋게 달려 있는 사과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지만 사과를 칼로 깎을 때 비로소 진한 향기가 코끝을 파고드는 것처럼, 화분에 심겨진 허브에서는 냄세를 풍기지 않지만 허브에 자극을 주어 흔들거나 문지르면 진한 허브의 향기를 퍼트리게 되는 것처럼 한 인생에게 다가온 역경이 그 사람의 인격의 향기를 더욱 진하게 만들어 풍겨내게 한다.
바울사도는 고린도후서 2장에서 우리 크리스찬들에게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하였다. 그리스도의 향기는 내 인격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삶의 양식이 드러나고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도의 향기라는 것은 곧 말씀의 향기요, 생명수의 향기요, 빛의 향기요, 영적인 권위, 영적인 능력, 영적인 영향력, 영적인 감화력, 삶의 질의 향기이다. 그런데 이 향기를 토해낼 수 있으려면 얼마나 많은 예수경험이 있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려면 예수 충만, 복음충만해야 한다. 추사의 가슴속에 담긴 만권의 책이 좋은 작품을 만들었던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멍에를 매고 그를 수없이 배워 뒤따름으로 우리의 가슴속에 담긴 예수가 우리네 인생의 작품을 만들어내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평안할 때 뿐 아니라 역경 중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품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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