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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라고 말하기

유앙겔리온 2003. 8. 28. 11:20


한자말에 수석침류(漱石枕流)라는 말이 있다(漱:양치질 수. 石:돌 석. 枕:베개 침. 流:흐를 류).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는다는 뜻이다. 이 말은 실패를 인정하려 들지 않고 억지를 쓰는 것. 억지로 발라 맞춰 발뺌을 함을 일컫는 말이다. 남에게 지기 싫어서 좀처럼 체념을 안 하고 억지가 셈을 비유하는 말인 것이다.

원래 이 말은 중국 진나라 때에 손초라는 사람이 '돌을 베개삼아 눕고, 흐르는 물로 양치질하는 생활을 하고 싶다[침류수석, 枕流漱石]'고 해야 할 것을, 반대로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겠다[수석침류, 漱石枕流]'라고 실언을 하고서도 변명과 발뺌을 한 것에서 연유한 고사성어인 것이다.

발뺌과 변명과 남의 탓에 익숙한 문화 가운데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슨 일이 터지면 자신의 탓이라고 고백하거나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 모든 문제를 일단은 남의 탓으로 돌리고 보는 것이다. 세상이 악해서 그렇고, 제도가 잘못되어서 그렇고, 환경이 열악해서 그렇고, 언론 탓이고, 야당 탓이고, 노조 탓이고..... 그리고 막상 문제의 꼬리가 잡혀도 끝까지 가는데 까지 가보고 버텨볼 수 있는데 까지 버텨 보려고 한다. 좀 체로 내 탓이라고 용기 있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기가 힘든 세상이다.

성서에 보면 중국 손초의 원조가 있다. 바로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아론이다. 아론은 모세와 함께 이스라엘 백성들을 종살이하던 애굽에서 이끌어 냈던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씻을 수 없는 허물이 있었는데 그것은 모세가 시내산으로 하나님의 율법을 받으러 갔을 때 조급한 백성들이 모세를 기다릴 수 없다고 하면서 우리를 이곳에서 인도할 신을 만들라는 요청 앞에 허물어져 버린 일이다. 그는 백성들의 악의적인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고 금붙이들을 모아 금송아지 우상을 만들어 이 금송아지가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해낸 신이며 이 광야에서 우리를 지킬 신이라고 선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앞에서 절하고 제사를 지내며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며 야단법석을 떨었던 것이다.

모세가 하나님을 대면하면서 40일간을 보내고 하나님께서 주신 돌판을 가지고 시내산을 내려오다가 그 광경과 소리를 목격하고 듣게 되었던 것이다. 모세는 크게 진노하여 아론을 불러 진상을 물었다. "이 백성이 네게 어떻게 하였기에 네가 그들로 중죄에 빠지게 하였느뇨?"

아론은 이 때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렸다. 자신은 발뺌을 하고 백성들과 심지어는 용광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내 주여 노하지 마옵소서 이 백성의 악함을 당신이 아시나이다"했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내 탓이 아니라 이 백성들의 악함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아론은 "내가 금붙이들을 불에 던졌더니 이 송아지가 나왔나이다"했다. 그것은 내 탓이 아니라 용광로 탓이라는 것이다. 용광로가 송아지 신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론은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책임자로서 그 책임감은 온데 간데 없었다. 오직 꾸중을 피해볼 심산으로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나 책임이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은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아론의 근성이 남아 있다. 우리 속에는 아론의 이런 부끄러운 속성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래서 발뺌과 변명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일에 익숙하다. 지금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일 중의 하나는 무엇이든지 자기가 책임지지 않으려는 발뺌과 변명과 남의 탓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론의 이와 같은 근성을 당당히 물리칠 수 있어야 하겠다. 그리고 내 탓이라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당당히 고백하고 책임지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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