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한국농업은 희망이 없는가? 본문
한국의 농업은 희망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한국의 농업시장은 저가로 밀려오는 외국 농산물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고 조금 고급화된 농산물들은 모두 선진농업국에 로알티를 지불해야하는 종속적인 농업구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농업을 근본으로 했던 우리 민족인데 농업 소외 내지는 농업 말살 정책으로 인해서 이제는 식량도 자급자족할 수 없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현재 300평 이상 마늘 농사를 짓는 농가에서 3년 동안 마늘농사를 짓지 아니하기로 결정하면 한 마지기당 6만원을 보상해준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마늘을 수입해야하는데 국내산 마늘이 많이 생산되면 마늘 수급에 문제가 생기고 중국과 통상마찰을 빚게 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정말로 농민들이 이 땅에서 모두 사라지게 된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하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공상품의 가격과 수입하는 마늘의 가격을 단순하게 비교한다면 마늘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농산물은 그렇게 단순히 돈으로만 따질 문제가 아닌 것이다. 농산물은 우리의 생명과 관계가 있는 생명산업인 것이다. 우리가 천하를 얻는다 해도 우리 생명이 건강을 잃거나 생명 그 자체를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국이 개방하지 않는 것은 농업과 서비스업에 속한 3%정도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이러한 개방은 이제 세계화시대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아마 나머지 3%도 머지않아 개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니 속히 속히 대책다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단순히 손익계산이나 기업논리로만 농업의 문제를 다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언젠가는 지금의 공산품보다 농산품이 더 비싸지거나 먹거리가 무기가 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니 현재도 이미 식량은 무기이며 식량이 자급자족이 되지 않는 나라는 언제나 불안할 밖에 없으며 강대국이 될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한국농업을 이대로 두고 지키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경쟁력 있고 돈 되는 농업을 해야겠다. 기업은 돈 되는 일을 위해 경영과 관리를 한다. 그러나 농업은 그런 관리와 경영 마인드가 없이 그저 어쩔 수 없으니 농사를 짓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래가지고는 결코 농촌이 잘 수 없다.
이제 우리의 농업도 연구가 필요하며 농민들도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농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젊은이들이 생겨나야 하겠다. 농촌에 닫친 학교들이 다시 문을 열고 아스팔트로 뒤덮여버린 도시의 지친 영혼과 몸들이 쉼을 얻는 곳이 되도록 해야 하겠다.
인구는 많고 좁은 땅에 우리 민족은 살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노는 땅, 묵혀 있는 땅들이 너무 많다. 인구가 과밀한 곳은 너무 과밀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마을이 문을 닫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왜 이렇게 되는가? 그것은 국토를 고루 발전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중앙집권적인 사고방식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래가지고서는 여전히 희망이 없다.
'살림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탓이라고 말하기 (0) | 2003.08.28 |
---|---|
당랑거철(螳螂拒轍) (0) | 2003.08.21 |
해거리 (0) | 2003.08.06 |
괄목상대(刮目相對) (0) | 2003.07.24 |
익숙한 것들로부터 이별 (0) | 2003.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