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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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운동

죽은 가지는 비록 봄일지라도 새 싹을 내지 못한다

유앙겔리온 2004. 3. 15. 19:36

  요즈음 자연을 보면 그렇게도 좋을 수가 없다. 쑥, 달래, 냉이, 씀바귀........., 오만가지 봄나물들이 제 모습을 뽐내고, 개나리 진달래 철쭉류들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죽은 듯 보이던 나무들에서 새싹이 힘 있게 돋아나서 자신들이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을 알리고 있다. 겨울에는 모든 나무가 다 죽은 것처럼 보인다. 겨울에는 죽은 나무와 산 나무가 다 같아 보이는 것이다. 이 둘의 차이는 봄에 나타난다. 산 나무에서만 싹이 트고 꽃이 피기 때문이다. 죽은 나무에서는 아무리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싹이 트거나 꽃이 피지 아니한다.


  우리는 이제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좀 선급한 마음인지는 모르지만 속히 봄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내 마음엔 벌써 봄이 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봄은 마치 죽어 있는 듯한 나뭇가지에 새 싹과 새 꽃을 드러내는 계절이다. 그러므로 봄을 찬미할 수밖에 없다. 추운 겨울에 기회를 얻지 못해서 싹을 내지 못하고 꽃을 피우지 못했던 나무들이 이제 봄을 맞이하고 기회를 맞아서 싹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 집 배란다의 녹색식물들은 벌써 완전한 봄날의 모습들이다. 성급한 철쭉은 벌써 핀 꽃이 지고 있다.


  필자는 그 동안 목양지를 이동하는 과정과 새 목양지를 익히는 일 때문에 매우 분주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래서 잘 거르지 않고 써오던 칼럼을 본의 아니게 두 달 동안이나 쉬게 된 것이다. 벌써 이곳에 온지 한 달 반, 이사 올 때는 자고 깨면 눈이 오던 깊은 겨울이었는데 이젠 한 낮엔 반팔을 입고 거리를 지나가는 상춘의 여심을 볼 수 있는 봄으로 바뀌었다. 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죽지 않는 모든 식물들이 자신의 살아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새싹을 내는 것처럼 내 목양지의 모든 성도들이 살아나는 역사가 있기를 기도한다. 기쁨과 감격이 살아나고 기도가 날아나고 말씀이 살아나고 봉사와 섬김과 돌봄이 살아나고 전도와 선교가 살아나는 역사가 있기를 바란다. 이 봄날의 나뭇가지처첨 말이다.  


  죽은 가지에는 봄이 와도 싹이 나오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정성을 다해도 아무리 그 곳에 피눈물을 쏟아 부어도 죽은 가지에는 꽃이 피지 아니하는 법이다. 죽은 나뭇가지는 배여내야 한다. 죽은 나무는 뽑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나무를 심고 새가지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아직 겨울이 지나가지 않아서 죽은 나무인지 산 나무인지 알아볼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가지를 잘라내거나 나무를 뽑아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두운 그늘 쪽의 나뭇가지는 싹도 늦게 나오는 법이니까 말이다.


  필자는 기도한다. 이 종이 나무라면 죽은 나무가 아닌 살아 있어 이 봄에 새싹을 내는 나무와 나뭇가지가 되게 하소서. 우리 성도들이 나무라면 살아 있어 이 봄날에 새싹을 내는 나무와 나뭇가지가 되게 하소서. 주님의 몸된 교회가 나무라면 이 봄날에 아름답게 새싹을 틔우고 푸르게 우거지게 하시고 시절을 좇아 열매를 맺는 나무가 되게 하소서. 이 나라와 민족이 나무라면 이 봄날에 마르고 거친 나뭇가지에 새싹이 돋게 하시며 꽃이 피어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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