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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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운동

No Vacancies

유앙겔리온 2003. 12. 30. 12:16


성탄절이 오면 미국 서부해안선을 따라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일이 생각난다. 오래 전에 샌프란시코신학대학원에 MATS계절학기를 하려갔을 때인데 월-금요일까지 공부하고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이면 자유롭게 미국 각 지방을 여행 했었다. 레포트들이 있어서 그렇게 마냥 자유로운 것은 아니였었지만..........

그날도 5명이 자동차를 랜트해서 여행코스를 학교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서 로스엔젤스까지 그리고 다시 로스앤젤스에서 샌프란스코로 돌아오는 1박 2일코스로 정하여 지도 한 장 사들고 무작정 출발했었다. 우리의 계획은 로스앤젤스를 거처서 돌아가는 중에 캘리포니아의 해안선을 따라가다가 경치가 좋은 곳에서 숙박을 하고 그곳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 목적지에 도착하려고 했던 것이다. 날이 어두어지기 시작하는 6시에 처음 숙박지를 찾아가서 퇴자를 맞은 그 때부터 새벽 2시가 넘도록 지도를 보면서 중간 중간에 도시를 찾아들어가 방을 찾았으나 빈방이 없었다. 한결같이 출입문 앞에는 “No Vacancies”라는 표지가 걸려있었다. 방을 구하지 못하고 서성거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우리 일행을 수상하게 여겼는지 신고를 했었나보다. 경찰차가 우리를 세웠다. 우리는 손짓 발짓으로 우리의 처지를 이해시키려고 애를 썼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사정을 안 경찰들도 우리의 방을 마련해 주려고 이곳저곳을 수소문해주었지만 결국 빈방은 없었다. 경찰의 힘으로도 안 되니 다른 도시로 가서 구해보라고 하고서는 경찰차는 그냥 돌아가고 말았다. 춥고 배고픈 긴 밤을 차를 운전하면서 몰려오는 잠을 쫓기위해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서로 안마도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계속해서 많은 시간을 차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잠도 오고 해서 비상대책으로 차를 고속도로 옆 공터에 세우고 차속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다섯명이서 그 좁은 차 안에서 다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앉아서 날을 세웠다. 정말 집 떠나니 고생이라는 말이 저절로 생각났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서 돌아오는 성탄절에 설교외화를 하나씩 얻었다고 하면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방이 없습니다”라는 설교를 해야하겠다고 하면서 돌아왔다. 다행히 그때는 여름이어서 방이 없었어도 차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지만 만약 겨울이었으면 어떠했을까 싶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실 때에 누가복음 2장 6-7절 말씀을 보면 "거기 있을 때에 해산할 날이 차서 맏아들을 낳아 강보에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사관에 있을 곳이 없음이러라"하고 기록하고 있다. 요셉과 그 부인 마리아가 피로에 지친 모습으로 초조하게 사관 즉 여관 주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방 하나 있습니까? 우리는 지금 아이를 낳아야 합니다. 제발 우리 부부에게 방 하나만 내어주시지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관은 이미 다른 이들로 인해서 가득차버려 방이 없었다. 임산한 부부가 애써 찾아도 방이 없어서 몸을 풀 수가 없는 그런 지경이었다. 그 때는 가이사 아구스도가 특별한 영을 내려 모든 시민에게 호적하라고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간 내에 호적을 마치려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을 때였다. 그러니까 이 때는 시기적으로 방이 없을 때였던 것이다. 우리가 방을 구할 그 때도 여름철에다가 주말이었으니까 시기적으로 예약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방을 구할 수 없는 때였던 것이다.

이 시대는 바로 주님이 거하실 빈방이 없는 시대이다. 방들은 무신론으로, 물질로, 온갖 독설과 이론들로 가득찬 시대이다. 뿐만 아니라 적그시리스도가 출현하여 믿는 자의 마음까지라도 빼앗아가는 시대인 것이다. 현대인의 마음의 방에는 다른 것들로 가득 차 있어서 우리 주님이 계실 방이 없다. 또다시 맞는 성탄절에 우리가 주님께 해드려야 할 것은 우리의 마음의 방을 비워드리는 것이다. 빈방을 드리는 것이다. 우리가 비워드리는 마음의 방에서 주님은 기적을 출산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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