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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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운동

나이 듦이 곧 추함은 아니다

유앙겔리온 2003. 12. 15. 10:30


요즈음 우리 사회는 마치 늙고 나이 드는 것이 죄라도 되는 듯한 세태가 만연해 있다. 그래서 안간힘을 쓰면서 좀더 젊게 보이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한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이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면 권장할만한 것이겠지만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소외당하고 나이듬이 추함과 동일시되기 때문에 그것을 조금이라도 피해보려고 그런다면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나이 듦이 경륜이나 지혜의 상징으로 여겨지지 않고 젊은 세대들이 떠안고 가야할 짐짝처럼 여겨진다는 것이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세상 만물 중에 쇠하여지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며 늙어지지 않는 것이 어디 있는 것이겠는가? 만물은 그렇게 순환해 가면서 흐르는 것이다. 이런 순환을 통하여 사회에 생기가 불어넣어지고 정화가 이루어지며 진보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 순환의 고리를 부정한다면 그리고 순환하지 않겠다고 발버둥을 친다면 공멸하는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순환은 물처럼 이루어져야 한다. 흐르고 또 흐르기를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순환의 고리 어디쯤에 있든지 다 귀한 것이다. 모두가 현존하는 그 자리에서 의미가 있는 존재인 것이다. 현재의 남의 일이 곧 미래의 나의 일이며, 미래의 나의 일이 곧 현재의 남의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서로 서로 사랑하고 아껴야 하는 것이다.

요즈음 나이 들어 회사에 남아있거나 정치에 머물러 있으면 타도당해야 할 대상의 1호가 된 듯 하다. 그러나 그들이 없이 어찌 지금의 회사가 있을 수 있으며 지금의 정치가 있을 수 있는가? 어떻든 그들의 늙은 주름살과 함께 키워진 현재가 아니던가? 고마워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갚으려고 해야 한다. 그래야 누구라도 그 조직과 사회를 위해서 죽도록 충성할 것이 아닌가?

나이 듦과 늙음이 아름답고 자랑할 만한 것이 될 수는 없는 것인가? 어찌 연륜이 담겨 있는 골동품은 귀히 여기면서 흰머리에 주름진 노인들은 천시하는 것인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말 나이 드는 것은 숨겨야 하고 감추어야 할 만큼 그렇게 추하고 부끄러운 것인가? 느런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해드리는 것이 젊은 사람들이 해야 할 참된 노인공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리 노인복지를 한다고 밥과 옷을 공급한다고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는다면 그들의 겨울은 추울 것이다.

아프리카의 속담에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그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에 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나이듦을 단순한 늙음으로 생각하지 말고 좋은 도서관에 책이 쌓여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늙음을 생물학적으로만 해석하려는 동물적 시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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