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잊어서는 안 될 기억 본문
사람은 기억해서는 안 될 것도 있지만 되살려도 좋은 기억들, 아니 꼭 되살려야 할 기억들, 잊어서는 안될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성서에는 “기억하다”라는 단어가 무려 250여회나 사용되었다. 하나님께서 노아홍수 이후에 무지개를 주셔서 하나님의 언약을 기억하도록 하신 이후 성서의 많은 선지자들의 역할은 새로운 지식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영적 지식을 떠올리게 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였다. 특히 출애굽의 기억을 되살려 내는 일과 광야에서, 그리고 전쟁에서 어떻게 건지시고 도우신 일을 기억케 하는 일, 그리고 하나님께서 택하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고난을 겪게 하신 일들을 기억케 하여 경계로 삼도록 하는 일이 하나님으로부터 이스라엘에 보내심을 받은 자들의 사명이었고 주된 일이었던 것이다.
사람은 망각하기를 잘 한다. 기억해서 길이길이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도 기억에서 멀어지도록 한다. 그러나 우리가 성서의 역사를 통해서 교훈을 삼아야 할 것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에 대한 기억에서 멀어지고 있었을 때 하나님의 복도 멀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낼 때 하나님의 복도 되살아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 민족도 이스라엘 민족 만큼이나 아픈 기억을 많이 가진 민족이다. 어떤 외국인은 우리 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이런 아픈 기억들을 우리 민족의 경쟁력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어떤 경험이든지 그것이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만의 역사일진데 그것을 잘만 살린다면야 경쟁력이 되는 것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오늘은 6.25사변이 일어난지 53주년이 되는 날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됨에 따라 한국은 일본의 불법적인 점령으로부터 해방되어 나라의 독립이 카이로회담에서 약속은 되어 있었으나,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하여 남과 북에 미소 양군이 분할 진주함으로써 국토의 분단이라는 비참한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미소 양군의 한반도 진주 목적은 명목상으로는 일본군의 무장해제 등 전후처리에 있었지만 좋은 먹이감을 움켜쥔 미소가 그것을 자유롭게 놓아줄 리가 만무한 것이었다. 그래서 분단은 고착되고, 이렇게 분단이 고착화된 한반도에 전쟁이 나는 것은 어쩌면 예정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북한군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경에 기습공격을 개시하였다. 당시 국군은 노동절(5월 1일), 국회의원 선거(5월 30일), 북한의 평화공세 등 일련의 주요사태를 전후하여 오랫동안 비상근무를 계속하여 왔기 때문에 오히려 경계태세가 이완된 상태였다. 특히 북한의 평화공세에 대비하여 하달되었던 비상경계령이 6월 23일 24시를 기해 해제되어 병력의 1/3 이상이 외출 중인 상태에서 기습공격을 받았던 것이다. 언제나 악은 본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결정적인 찬스에 감추었던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상기하자 6.25!”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자라왔는데 요즈음은 정서가 6.25를 말하면 마치 반 통일세력쯤으로 생각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남북이 평화통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한번 문 개는 또 물 개연성을 가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날의 기억을 잊지 말고 또다시 동일한 기억을 더하는 민족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6.25사변은 외세를 등에 업은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에 속아 갑자기 당한 사건이다. 북에서 남으로 향하여 펄펄 끊고 있는 가마를 바로 읽지 못하여 당한 역사인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다. 전술전략도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과 같은 기념일에 옛 일을 추억하고 잊혀져 가물거리는 기억을 되살려 내어 현재와 미래에 좋은 영향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살림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의 그릇을 바꾸어보라. (0) | 2003.07.10 |
---|---|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 (0) | 2003.07.02 |
전승이 약한 민족 (0) | 2003.06.18 |
마땅히 할 일 (0) | 2003.06.11 |
학습된 무능력 (0) | 2003.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