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학습된 무능력 본문
노무현대통령이 21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광주국립 5.18묘지 시위사태 등 사회 각층의 기강문란행위를 겨냥해 “전부 힘으로만 하려고 하니 대통령이 다 양보할 수도 없고 이러다 대통력직을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이든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이 작금의 정치적 사건들과 노동단체들의 시위, 각종 이익단체들의 봇물터지듯 쏟아지는 욕구에 가득 찬 요구들에 기가 질린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에 비한다고 하면 그래도 대통령직을 수행하는데는 지금의 상황이 훨씬 좋은 편에 속한 것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대통령이 “대통령을 못해먹겠다”는 식의 이런 말은 하지 않았어야 옳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이 "학습된 무능력"에 빠지게 되면 백성들은 어쩌란 말인가?
"학습된 무능력"이란 사건 혹은 상황으로부터 부정적인 교훈을 취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사람들은 사건을 만나거나 어떤 상황에 부딪칠 때면 그것으로부터 긍정적인 교훈을 얻기도 하지만 또한 부정적인 교훈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일테면 자동차 사고를 만났다고 하자 어떤 이는 그 자동차 사고를 통해서 더욱 안전한 자동차 운전 습관을 길러가는 좋은 기회로 삼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자동차 운전을 그만두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은 실패했을 때 긍정적인 교훈을 얻기보다는 부정적인 교훈을 취하게 될 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했을 때 긍정적인 교훈을 취하는 사람들이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한 가지를 놓아버리는 것은 다른 것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향한 열림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겠다.
학습된 무능력은 우리의 생각이나 능력이나 활동을 묶이도록 하는 사슬과 같다. 사람은 살아 있을 때에나 죽었을 때에나 많은 것들로 묶여지게 된다. 살아 있을 때에는 생활의 염려나 질병과 떠안아야 할 일들과 가족 등등, 그리고 이런 저런 터부와 율법과 조건들에 묶여서 부자유하게 살아간다. 그런가 하면 사람이 죽으면 또 사지가 꽁꽁 모두 묶여진다. 죽은 자를 장례하기 위해서 시신을 입관하는 예를 주관하면서 늘 생각하기를 “죽어서라도 묶이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했었다. 그러나 관혼상제의 뿌리 깊은 관습이 묶고 또 묶는 일들을 강요하는 것이다. 학습된 무능력도 우리를 이처럼 묶으려고 한다. 생각으로나 작은 행위로 단단하게 묶은 것을 쉽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그 사슬은 튼튼하기 때문이다. 풀어놓아 자유스럽게 다니게 하려면 그만한 결단이 필요하며 때로는 충돌을 각오해야 한다.
학습된 무능력 때문에 실패한 인생이 되지 않아야 하겠다. 모든 주어진 사건과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이것 때문에 오히려 내 인생이 새로운 전기를 만나게 되었음을 고백할 수 있어야 하겠다. 우리에게는 학습된 무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학습된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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