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 본문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산에 있는 잡목들을 하찮게 여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실재적으로 산을 지키고 홍수를 막고 물을 저장하는 등 녹색댐의 역할을 하는 것은 잡목들이 하고 있다. 못난 나무라고 다 벌목을 해버린다고 하면 산은 그 모습을 잃게 될 것이다.
농어촌에 남아 부모를 모시는 자녀들도 그 집에서 못난 자식이다. 산업전선을 지키고 있는 이들도 어쩌면 못난 사람들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이들은 그 흔한 파업도 한번 못해본 못난이들이다. 국가나 민족도 사실 못난 사람들이 지켜왔다. 잘난 사람들은 정작 민족과 나라가 어려울 때 제 몸 살려고 요리조리 피해나가버리지만 못난이들은 우직하게 그것을 맞아 애국애족하겠다고 생명을 불사른다. 이런 사람들이 없었던들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없다.
요즈음 들어 사회지도층이란 사람들이 제몫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어서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있는 이들이 더 챙기려는 것을 보면서 없는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이익단체들의 요구가 사회전체를 뒤 덮어버려서 사회가 질식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래도 가장 좋은 조건에서 노동하고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사업장의 노조들이 연쇄파업을 하고 있다. 그들 모두가 정작 나라 위한다고 큰 소리 치지만 정말 나라 위한 사람들은 따로 있다. 스스로 자신을 못난이라고 생각하면서 제 할일만을 묵묵히 하는 이들이 그들이다.
오늘도 못난이들은 할말이 있어도 꾹 참고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소리가 커야 하고 힘이 세야 하는 판국에 못난 사람들은 더욱 초라하게 보일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늘 무시당하기 일수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들이 위대한 시민들이며 백성들인 것이다. 진정 이 못난이들이 못살겠다고 소리를 내는 날에는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들을 무섭게 여겨야 한다. 아니 귀히 여겨야 한다. 이들을 볼모로 잡고 이들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된다.
'살림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익숙한 것들로부터 이별 (0) | 2003.07.17 |
---|---|
생각의 그릇을 바꾸어보라. (0) | 2003.07.10 |
잊어서는 안 될 기억 (0) | 2003.06.25 |
전승이 약한 민족 (0) | 2003.06.18 |
마땅히 할 일 (0) | 2003.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