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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의 시대

유앙겔리온 2002. 11. 13. 22:47

한 때는 익명이 미덕으로까지 여겨지던 시대도 있었다. 그래서 아주 유명한 작품에서도 “작자 미상”이라는 글귀를 대하는 것은 낯설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절대로 익명이 미덕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작은 기사 하나도, 작은 건축물 하나도 그리고 작은 작품 하나도 실명 아닌 것이 없다. 심지어는 농축산물에 이르기까지 생산자의 이름을 표시하는 실명의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익명의 시대에서 실명의 시대로의 전환은 책임성의 문제 때문에 국가권력이나 타인이 요구해서 그렇게 되기도 하였지만 현대인들의 자아의식이 발전해서도 더욱 그렇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요즈음 모든 것이 지적재산권문제와 긴밀하게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실명을 밝히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현상은 매우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익명이란 어두운 그늘에 숨어 비열하게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나, 거짓정보를 제공하거나, 부실한 공사를 하거나, 자기의 공과에 대해서 책임지지 아니하려는 자들이 우리 사회엔 많다. 이러한 이들의 익명 선호는 자신의 발전 뿐 아니라 크게는 역사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다. 요즈음은 인터넷 세상이다. 그런데 이 인터넷에는 곧잘 실명보다는 익명이 사용된다. 그래서 그 피해도 만만치 않다. 교수협의회 게시판을 보니 “실명을 사용하지 않으면 무조건 삭제됩니다”는 경고의 글이 있었다. 아마도 익명의 글에 의해서 피해를 입은 경험 때문에 그런 경고의 글을 올려놓았지 않나 싶다. 이젠 인터넷에서도 모든 것이 실명으로 이루어져야 하겠다.

이제 우리는 무슨 행위를 하든 반드시 실명으로 하고 그리고 그 공과에 대한 비판과 책임을 겸허히 받아들여 자아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할 때 개인 뿐 아니라 그 사회도 건전하게 진보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