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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운동

“~다더라”식의 유행

유앙겔리온 2002. 11. 15. 12:54


우리 사회를 일컬어 몰개성의 사회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개성보다는 유행과 모방에 의해서 지배되는 사회라는 것이다. 모든 가치판단에 있어서 자신이 꼼꼼히 생각하고 사리분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다더라” 혹은 많은 사람들이 “~다더라”하는 식이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맞든 아니 맞든, 어울리든 어울리지 아니하든 간에 무조건 유행을 따라가고 남들이 하는 것을 모방하는 것이다.

일테면 가장 중요한 건강만 해도 그렇다. 건강에 좋다더라 해서 유행식이나 건강약품이 한번 번지면 온 나라에 그것이 동이나버리고 만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것의 오용이나 남용으로부터 오는 후유증이 나타나고 비난이 일어난다. 그러면 언제 그랬더냐 싶게 그 유행식과 건강약품은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또 새로운 유행식과 건강약품이 나온다. 아무런 반성도 없이 이와 유사한 일들이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보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상이 된다면 다양한 것이 서로 어울려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있다하더라도 그를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나와 같아지기를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지나치게 다른 것에 대해서 과민 반응을 일으킨다. 나와같지 않으면 왕따를 시키고 외계인 취급을 한다. 그러다 보니 그 피해도 크다. 언젠가 서울 관악경찰서에 유행에 맞는 옷을 입어야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류점에 들어가 옷 등을 훔친 혐의로 여중생 6명이 불구속 입건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들은 서울 관악구 신림본동 D의류점에 들어가 주인 盧모(37)씨의 주의가 소홀한 틈을 이용, 청바지와 지갑 등 27만 원어치를 훔친 혐의였다. 이들은 경찰에서 “유행에 뒤진 옷을 입으면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같아지려는 몸부림이 이런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 것이다.

누군가가 “우리 시대에 가장 암울한 말이 있다면 "남 하는대로" "나 하나쯤이야" "세상이 그런데”라는 말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시대에 남은 희망이 있다면 "나 하나만이라도" "내가 있음으로 " “내가 먼저”라는 말이라고 했다. 정말 귀담아 들을 만한 이야기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자기 개성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았으면 좋겠다.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서 지나친 모방만을 일삼는 것은 자기 정신의 자살이며 문화의 자살인 것이다. 주체적 사고가 필요하며, 자주적 정신이 필요하다. 자기의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주체적이고 자주적 정신자세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톡톡 튀는 창조적 정신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있는 것이다. 유행에 밝아 유행에 휘둘리는 사람보다도 자기 가치를 알고 자신의 개성에 밝아 소신을 갖고 사는 그런 사람이야말로 이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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