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살아 있다는 현실만 있으면 하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본문
지난해 봄에는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서 일부지방에서는 농업용수를 식수로 쓰고, 제한급수를 하는 실정이었다. 100년 만에 있는 가뭄이라던가. 농사를 짓는 농민이 물이 없어서 모내기를 할 수 없음을 인하여 비관하다 농약을 마시고 죽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올해는 다행히 비가 많이 와서 괜찮겠다 싶었는데 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수해 때문에 농민이 자살하는 일이 일어났다. 비는 적게 와도 문제이고 많이도 와도 문제가 된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 비의 양이 늘 적을 때와 많을 때가 불규칙적으로 찾아오고 있다는데 있다.
며칠 전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으로 태풍 「루사」가 지나가는 바람에 모두들 힘든 한 때를 보냈을 줄로 안다. 잃은 것이 많은 가정들도 있을 줄로 생각한다. 금번 루사로 인하여 전국적으로는 215명의 인명을 잃었고 물질적 피해액은 5조4천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참 마음이 아픈 일이다. 그렇지만 살아 있음으로 복구를 햐야 하고 금번에 목도하고 당한 것을 거울 삼아서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어쩔 수 없는 일리라면 피해를 최소화할수 있도록 충분한 대비를 하는 일에 게으르지 말아야 하겠다. 그리고 살아 있다는 현실만 있으면 하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너무 낙심하지 말고 마음을 추수려야 할 것이다. 살아만 있으면 못할 일은 없다.
사람은 한번 태어나서 삶의 단계를 거처 죽는 것이 정한 이치이다. 그런데 그 죽음이 출생, 아동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의 단계를 다 거친 후에 오리라고 아무도 보장해주고 있지 않다는데 안타까움이 있다. 출생하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생명도 있고, 어떤 이는 생명의 시작에 불과한 아동기에, 어떤 이는 청춘의 피가 끓는 청년기에, 어떤 이는 인생의 아름다운 열매 맺어야할 장년기에, 어떤 이는 백발의 노년기를 거쳐 죽음을 맞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죽음은 시차의 문제이지 인생이 피해갈 수 없는 없는 문제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살아 있다는 현실만 있으면 하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살아 있음을 감사하고 살아 있음을 인하여 희망을 가져야 한다. 살아 있을 때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금번과 같이 무슨 큰 사건이나 재난이 닥치면 그 때마다 재기되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것이 천재(天災)냐 인재(人災)냐 하는 논란이다. 재난에도 천재가 있고 인재가 있다. 천재는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자연 재해요, 인재는 사람이 잘못해서 일어나는 재난이다. 그런데 천재라고 여겨지는 것들도 대부분 인재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번 태풍 루사의 피해는 천재지변으로만 넘길 수 없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지구 온난화 등 지구촌 기상이변이라는 지구촌적인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안에서 보면 이번에 피해를 키운 원인 중에는 고질적인 배수관리문제, 하천관리 문제, 댐. 저수지 관제문제, 낙석 절개지 문제, 난 개발문제,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한 늑장복구 및 관리점검부실 등등 수 없이 많은 인재적인 요소가 잠재하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천재와 인재가 있으며, 분명하게 이 두 가지를 이것이다 저것이다 하고 구별할 수 없는 재난들도 많다. 그러므로 할 수만 있으면 국제적으로 연합해서 지구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 힘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의 작은 행위로 인하여 큰 천재나 인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친환경적 사고를 하며, 겸비하게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이 9.11테러사건 일주년이 되는 날이다. 인명만 해도 수천 명이 살상되고 재산상의 패해 액이 114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살아나온 한 중년의 사나이가 “지금 어떤 느낌이냐”고 묻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나와 내 아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을 보고 들었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 있으니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하는 것이다. 천재나 인재를 만난 것 때문에 2차적으로 생명이나 삶을 자의적으로 포기하는 일들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되겠다. 살아 있다는 현실만 있으면 못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붙잡았으면 좋겠다. 낙심하지 아니하고 힘을 내면 좋은 날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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