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불필요해 보이는 보다 더 넓은 면적 본문
장자 이야기 가운데 사람이 땅에 설 때 두 발바닥의 면적만한 땅을 남기고 모두 깎아 버린다면 무서워 설 수 없을 것이라면서 여기저기 불필요해 보이는 더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예화가 있다. 우리나라 국도나 지방도가 외국의 길보다 위험하고 나쁜 것은 차선에 필요한 면적만을 가지고 길을 만들어 놓은 것 때문이다. 차량의 폭보다 훨씬 넓은 길이면 그래도 좀 안전할 것인데 말이.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자전거가 굴러갈 그런 여유있는 면적이 있다면 이미 일어난 사고들 중에 많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아도 될 사고였을 것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논두럭과 밭두럭이 불필요하게 넓다고 생각해서 자꾸 좁히고 깍아먹다보면 결국은 좁은 논두럭과 밭두럭 때문에 자기 스스로가 손해를 보게 되고 만다. 물을 가두어 놓은 논두럭이 터져버린다든지 곡식이나 기타 농삿 일을 위하여 짐을 지고 밭두럭를 걷다가 비좁은 길 때문에 넘어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구원받는 데는 성경 한 구절이면 구원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전한 신앙생활을 위하여서는 성경 66권이 모두 필요한 것이다. 가끔 4복음서만 있어도 되는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성경을 연구하다보면 그렇지가 않다. 복음서에 대한 말씀을 더욱 분명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약성경이 필요하고 다른 서신들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는 국가나 단체나 조직이 필요치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국가가 없으면 세금 낼 필요도 없고 법을 어겨도 범칙금을 내라거나 형벌을 받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교회에서도 조직이 없으면 회비 내란 말도 하지 않을 것이고 월례회 모이란 말도 하지 않을 것이고 이것저것 귀찮은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의 안전한 삶을 위하여서는 이런 것들이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들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지나친 이기주의로 인해서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에는 무관심하고 도외시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인 것이다. 우리가 인생 여정을 걸어갈 때 여기저기 넓고 빈 땅이 있음으로 인해서 우리의 삶이 존재하고 우리의 생활이 여유가 있고 우리 생명이 안전하게 되는 것이다.
신앙생활도 그렇다. 이기주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교회 없이 혼자 믿음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오직 예수 믿고 교회 출석하는 것 하나로 신앙생활을 다했다고 생각을 한다. 그에게는 교회에 있는 기관의 참여나 봉사의 일에 참여하는 것쯤은 쓸데없는 것으로 생각하며 교회 자체를 하찮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신앙생활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신앙생활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과도한 짐을 떠넘기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내가 수고하지 아니하면 다른 사람이 내 몫의 수고까지 더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여를 맨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모두가 힘이 들었다고들 한다. 그런데 사실 시신의 무게나 상여의 무게 모두를 합한다고 해 보았자 얼마나 되겠는가? 장정 몇 사람이 들면 거뜬한 무게다. 그런데 서로 힘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다른 사람이 과도하게 그 무게를 감당하다보니까 힘이 드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하나님 나라,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천국을 비유로 말씀하신적이 있다. 하나님 나라는 어떠하냐, 천국은 어떠하냐 하면 밭에 감추인 보화를 발견한 어떤 사람이 자기의 모든 것을 다 팔아서 밭을 사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보화뿐이다. 밭은 사실 욕심나는 것도 아니고 밭에는 관심도 없다. 그러나 그는 밭을 샀다. 왜 그렇게 했느냐하면 밭을 사지 않고는 그 밭에 감추어진 보화를 100% 자기의 것으로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땅속에 묻혀 있는 것을 발견하면 전부가 발견한 사람의 몫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땅 주인하고 이익을 나누어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익을 빼앗기지 아니하려면 그 땅을 사야 하는 것이다. 땅 주인과 발견한 자가 같을 경우에는 별문제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그 보화 전부를 몰래 도둑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비유에 나오는 사람은 결코 쉽게 공짜로 얻겠다는 마음은 갖지 않았다.
우리가 구원을 얻고 천국에 들어가려면 이에 관계된 것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교회생활을 사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교회의 조직이나 예배의식, 행사 등이 내 마음에 꼭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교회 안에 말씀이 있고 진리가 있기 때문에 교회 생활을 수긍하고 교회라고 하는 전체의 구조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보화만 사겠다고 하다가는 오히려 보화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보화와 관계된 모든 것을 사는 것이 보화를 지키며 전부를 소유하는 것이 된다. 이것이 우리의 신앙생활이요 교회 생활인 것이다. 감추인 보화를 발견하고 그 밭을 사서 전부를 소유하고 그것을 기뻐하며 자랑하는 그 지혜로운 사람이 바로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예수 믿는 것도 그렇다. 너무 지름길로 가려하지 말아야 한다. 정당한 코스로 성경보고 기도하고 교회에 나오며 봉사하는 기본적인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 천국은 나 홀로 가는 것이 아니라 관계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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