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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것

유앙겔리온 2002. 8. 2. 07:56

한국에도 몇 번 와서 세미나를 했던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2002년 1월 8일로 60회 생일을 맞았다. 그는 1962년 근위축증 진단을 받아 길어야 5년 정도 살거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주 탄생과정을 설명하는 ‘빅뱅(대폭발)’이나 ‘블랙홀’ 이론 등을 제시하며 지금까지 당당하게 살아왔다. 그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그는 “병에 대한 진단을 받기 전에는 사는 것이 따분했고 가치 있는 일이 없었으나 지금은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이룬 가장 큰 업적으로 “살아 있는 것”을 꼽았다. 그는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신비고 기적이고 최고의 업적임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주었다.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그것만 가지고도 춤추고 노래하고 즐거워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위암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로부터 급히 날 찾는다는 전갈을 인편으로부터 받고 병원엘 가보았다. 다른 통신수단도 많은데 인편을 보낸 것이다. 그것은 그만큼 절박하게 나를 찾는다는 의미일 것 같았다. 그래서 서둘러 병원으로 향한 것이다. 병석에 누워 있는 그의 아내는 약 1년 전부터 교회를 출석하고 있으나 그 분은 여러 번 권유했어도 교회를 출석하고 있지 않는 분이셨다. 어찌되었건 병석이 힘들고 어려우니 기도를 해달라는 정도로 생각을 하고 병원엘 갔다. 예전에 당당하고 호기로웠던 모습은 없고 환자의 기력은 쇠잔해 있었고 중한 질병으로 인하여 고통하고 있었다. 전날 밤 7시정도부터 내가 병원을 찾은 그날 오후 2시까지 그러니까 19시간 동안 계속해서 정신을 잃고 눈을 뜨고 환상을 보는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병원에 들어서니 와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로부터 뜻밖의 요청을 받았다. 세례를 받고 싶다는 것이다. 비록 부끄러운 구원일지라도 받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내와 함께 온 권사님에게 세례와 성찬식을 할 수 있는 준비를 시켰더니 기독교백화점에서 휴대용 성찬기와 예식에 필요한 것들을 사왔다. 나는 그 분에게 신앙고백을 시키고 즉석에서 세례를 베풀고 성찬예식을 거행했다. 그 분은 무척 좋아했고 평안을 얻는 듯 했다.

이전엔 왜 몰랐을까? 병들고서야, 그리고 그 병을 위하여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고 더 이상 인간이 할 수 없을 때 비로소 그는 하나님을 찾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의지했다. 그래도 아직 호흡이 있기에 얼마나 다행인가? 살아 있기에 이렇게라도 해보는 것이 아닌가? 난 그 심정을 이해하고 하나님께서 그에게 생명을 연장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참으로 지금 깊은 병상에 있지만 그래도 “살아 있는 것”을 감사하며 살든지 죽든지 주님을 의지하겠다는 그를 불쌍히 여기시고 긍휼히 여기시기를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생명을 연장해주신다면 그가 살아 있는 것이 최고의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최고의 업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그분에게도 그런 기회를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마냥 현재의 삶을 감사했다. 병석에 있지 않음을 감사했고 병든 이를 위해서 아주 작은 것이지만 할 수 있음을 감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살아 있음을 감사했다.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어도 아직 살아 있는 것이 업적이면 업적이 아니겠는가? 살아 있는 것이 은혜이고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이고 그러므로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를 해야 하겠다. 살아 있는 것만가지고도 춤추고 노래하며 기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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