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자연과 함께 사는 인간 본문
20세기에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정치적인 의미의 인류의 평화를 외치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온갖 수단들을 동원하여 분골쇄신했었다. 그리고 그러한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아직도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지구상의 많은 나라와 민족들이 이념의 갈등과 정치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났고 해방과 자유를 얻었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방향을 바꾸어 환경친화적인 자연과의 평화를 외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들을 찾아 나설 때가 되었다고 볼 수 있고 그러한 시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위해서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고 인류의 평화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인간만의 몫이 되어서는 안된다. 절대로 자연이 제외되어서는 안된다.
그 동안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무분별한 개발논리에 빠져서 자연을 생명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한 재화로만 여긴 결과로 자연은 극심한 몸살을 앓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로 인하여 점차적으로 동식물의 종들은 우리 겉을 떠나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한번 잃은 생물의 다양성을 복구하려면 5백년에서 길게는 1천만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 귀중한 지구상의 많은 종들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형질변경 생물의 출현이 토종생물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연구결과도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수백만 년을 흘러온 동식물의 진화의 시계가 인간의 손끝에서 갑자기 빠르게 혹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위험을 인류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자연만이 아니라 인간이 멸종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진 것이다. 생명을 생산하는 정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생명을 착상하고 잉태해야 하는 생명의 밭도 그렇게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원하는 임신을 한 임산부들에게는 임신의 기쁨과 함께 밀려오는 기형아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고백을 듣는다. 이러한 조짐들은 이미 세기말을 거치면서 화두가 되었던 것이며 예언적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나 자연과학자들이나 필부와 범부에 이르기까지 회자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환경파괴와 오염은 인간의 삶과 생존의 위기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이처럼 현대인은 심각한 생태학적 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 인간의 유일한 삶의 공간인 지구의 자연환경이 훼손되어 인간 생존의 필수 조건인 공기와 물과 땅이 오염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의 사막화로 물이 부족한 나라가 35개 나라에 이른다고 하며 이미 우리나라도 그 가운데 포함되어 있음을 알고 있는 바다. 생명의 생성과 순환이 이루어져야 할 이 지구가 그 기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으며 자정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1997년 5월 미국의 생태학자와 환경론자들은 지구 생태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보았는데 결과는 연간 33조달러, 우리 돈으로 3경원에 이르는 경이적인 수치이다. 이산화탄소와 산소와의 균형을 맞추고 자외선을 막을 오존을 생산하는 등 인류생존에 필수적인 생태계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가 어렵다.
이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것은 인류의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자연과 함께 사는 인간, 이젠 자연과 인간, 이것을 서로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을 건강하게 살리는 것이야 말로 인간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