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일상으로 돌아가라 본문
영화배우나 연극배우가 연기중의 신분을 마치 자신의 신분으로 착각을 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더러 있다. 연기자의 연기는 지속적으로 가지는 자기 자신의 신분은 아닌 것이다. 연기자는 연기의 순간을 떠나면 재빨리 일상의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고 잠깐의 그 연기상의 경험을 떨쳐내버리지 못하고 방황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은 가면을 쓴 어릿광대에 불과한 것이다.
예수님께서 변화산상에서 변화된 사건과 죽었던 옛 사람 모세와 엘리야가 변화된 주님과 함께 계시는 사건은 제자들에게 있어서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예수께 여짜오되 "주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사이다" 라고 했다. 그러나 성경에 보면 베드로 자신이 "자기의 하는 말을 자기도 알지 못하더라"고 했다. 이것은 베드로가 변화산상의 특별한 경험 앞에서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음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는 말씀이다.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도 알지 못하였던 것이다. 베드로는 이 특별한 경험 속에서 빠져 나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 경험이 계속되기를 바란 것이다. 베드로가 예수님에게서 원한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예수님의 찬란하고 영광스런운 모습이었다. 모세와 엘리야를 대동하고 능력과 권세로 나타나시는 그런 것이었다.
성경의 배열 순서로 보면 이 사건 바로 앞에 언급되어진 것이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제 삼일에 살아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하신 말씀과 같은 내용이다. 그러나 베드로가 바라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이나 죽음과 같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이런 것은 사실 일상적인 경험으로 수없이 많이 해왔던 경험들이었다. 그래서 이 특별한 경험이 계속해서 지속되기를 바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드로는 "여기에 있는 것이 좋사오니 여기에 초막 셋을 짓고 여기에 머물러 있으십시다"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것을 용납하지 아니하셨다.
하나님께서 "그때에 이는 나의 아들이니 곧 나의 택함을 받은 자니 너희는 저의 말을 들으라"하신 것이다. 주님은 산을 내려가시기를 원하셨다. 그리고 산 골짜기와 가버나움과 예루살렘으로 가시기를 원하셨다. 그리고 끝내는 고난을 받고 십자가를 지고 죽음을 당하시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주어진 일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은 "안됩니다. 여기에 머무릅시다"라고 한 것이다. 우리들도 때때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때가 많을 것이다. 특별한 경험 속에 빠져 거기서 헤어나오기 싫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이 특별한 경험일 수는 있으나 일상생활의 지속적인 삶의 기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일회적인 체험이나 특별한 경험에 무게를 두고 지속적인 삶을 흔들어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연휴나 명절이나 특별한 행사를 치르고 나면 그 휴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탈력을 잃은 고무줄이 제 역할을 할 수가 없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제 빨리 제자리로 돌아올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쓸모가 있다.
우리는 월드컵을 잘 치렀고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것보다 더 큰 일을 해 내었다. 한 달 동안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 지금도 귓가에는 "대~한민국", "오~ 필승코리아"라는 응원구호가 맴돌고 있고, 눈에는 그라운드와 태극기와 빨간 물결이 아른거린다. 돌아온 삶의 자리엔 여전히 문제투성이로 남아 있고 아직도 월드컵행사와 축구가 이루어놓은 것에 따라가지 못한 여러 가지 것들이 얽혀있다. 그래서 이러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여전히 길거리에서 축구장에서 그 때 감격 속에 고스란히 빠져 있고 싶은 사라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월드컵은 4년마다 열리는 국제적 축구행사이며 우리가 달성한 4강 신화는 어쩌다 한번 맛본 즐거움일뿐이다. 이것은 우리 민족에게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리 세대에서는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열기를 좀 더 연장해보려는 욕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상으로 돌아가서 묵묵히 자기 일을 성실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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