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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운동

주 5일근무제

유앙겔리온 2002. 7. 31. 15:07

로보트 라이시(Robert B. Reich)는 그의 책 [부유한 노예(The Future of Success, 오성호역)]에서 사회가 더 잘 살게 되고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은 단순한 의식주의 수요를 넘어서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을 추구하는 데에 더 많은 돈을 쓰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건강, 오락, 매력, 지적 호기심, 접촉, 가족의 평안, 경제적인 안정" 등과 같은 것이 그러한 욕망의 대표적인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조건들은 삶의 질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그렇다. 단순히 의식주의 해결이 우리 인생이 추구하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삶의 질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시간을 자랑해오던 우리나라도 이젠 삶의 질을 찾아주려는 사람들과 삶의 질을 찾는 사람들의 열망으로 주 5일근무제 시대에 진입하게 되었다. 선진국에 비하면 이르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단순히 노동시간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닌 듯하기에 걱정하는 소리도 있는가 보다. 실제적으로 우리나라 공무원들이나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정해진 노동 시간을 얼마나 집중하여 일했느냐하는 그 질의 문제를 다룬다고 하면 결코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부끄러울 것이다. 일찍부터 주 5일제 근무를 하는 나라들의 노동자들이 노동에 임하는 자세는 참으로 처절하리만큼 철저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많이 개선되기도 하고 좋아지기도 했지만, 공적인 일터에서 잡담이나 하고 신문이나 뒤적이며 개인적인 전화나 하고 업무와 관계없는 인터넷게임나 정보검색을 하면서 일처리를 더디 하는 이들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세계최고의 긴 노동시간에 비하여 그 질은 결코 세계 최고라고 말할 수 없다. 노동자의 노동의식이 느슨한 것은 사실이다. 주 5일근무제가 바르게 정착 되려면 시간이 주어든 대신에 노동의 질도 따라서 높아져야 할 것이다. 일할 때는 확실히 일하고 노는 때는 확실히 노는 분위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래서 주 5일근무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그동안 주 5일근무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고, 여전히 지금도 개인이나 집단들 간의 이해득실에 의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주 5일근무제는 대세인 것 같고 그 출발을 공무원과 은행권에서부터 물꼬를 틀었다. 공무원과 은행원의 주 5일근무제는 당연히 그 영향력이 전 작업장과 노동현장으로 미칠 수밖에 없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멀지 않아 주 5일근무제는 우리나라의 노동과 삶의 스타일로 굳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변화로 말미암아서 우리가 꾸려가야 할 삶의 방식인 문화도 크게 바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전망하는 혜안을 가져야 할 것이며 또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첫째 변화는 주 5일제근무로 인하여 노동자들의 노동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투쟁으로 얻었든, 시대의 흐름으로 얻었든 노는 시간을 많이 얻었으므로
일할 때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땀흘려 일해야 한다. 예전보다 적은 시간을 일할지라도 일할 양이 더욱 많아지는 현실 속에서 노동 시간에는 겉눈질 할 틈도 없이 열심히 일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노는 시간만 늘려놓는 다고 하면 생산력은 저하 될 것이고 결국 국가 경쟁력에서 밀려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삶의 질에 대한 소망은 허상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두 번째 변화는 레저문화의 확산일 것이다. 아직 레저공간이나 그것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화되어 있지 못하지만 앞으로는 크게 발전될 것으로 전망이 된다. 우리의 레저문화가 시간을 죽이는 여흥문화에 머무르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리고 질퍽하게 술잔이나 기울이고 놀이하는 곳마다 자연이 신음하는 그런 여가문화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레저문화는 환경친화적이지 못했다. 인간이 놀다간 자리는 몸살을 앓고 파괴되었다. 문제는 우리의 레저문화를 소비적이고 향락적이며 환경을 훼손하는 그런 문화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레저문화를 건전하게 여가를 선용하고 과소비를 억제하며, 자연과 조화된 친환경적인 레저문화가 정착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창조질서의 보존이라는 차원을 잊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한번 잃게 된 창조질서의 회복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쉽게 잃었지만 얻는데는 결코 쉽게 얻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그것은 아직도 삶의 질을 이야기하기에는 버거운 사람들의 심리적 박탈감이다. 요즈음 갑작스럽게 늘어난 비정규직 일용근로자나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 그리고 주 5일근무제를 시행할 만큼 풍요한 가운데서도 아직도 빈곤층에 속한 사람들이 느끼는 긴 주말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시당초 휴일이라고는 없는 농어민들이 느낄 상대적 소외감도 헤아려야 할 것이다. 그들의 불만이나 고통이나 원망이 증오가 되어서 결국 사회적 불안의 요소로 자리 잡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레저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에 대하여 증오의 눈길이 되지 않도록 함께, 서로, 더불어 그 혜택을 누리는 주 5일근무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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