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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운동

꽃은 시드나

유앙겔리온 2005. 5. 2. 10:43

   올 봄에도 많은 꽃의 종류들이 지천에 피었다 시들었습니다. 그 피고 지는 과정이야 어디 봄철뿐이겠습니까? 봄 하면 꽃이 연상될 만큼 꽃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계절에 관계없이 꽃은 피고 집니다. 정말 요즈음은 작은 공간 구석구석까지도 꽃이 없는 곳이 없고 철따라 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삶의 여유와 질이 높아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꽃이 다 뭐야. 배가 불러야지”하던 시대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우리 집 베란다 정원에도 계절에 관계없이 꽃이 피고 집니다.


  꽃이 피어 볼만 하면 꽃은 곧 집니다. “좀 더”핀 상태가 오래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꽃은 시드나 씨앗이 남는 것을 알기에 결코 서글프지는 않습니다. 꽃은 시들지만 씨앗은 남습니다. 옳은 말입니다. 꽃은 시들지만 시든 꽃은 반드시 씨앗을 남기게 됩니다. 그래서 모든 인간만사를 단편적으로 판단하거나 흑백논리로 대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고난이 내게 유익이라는 고백을 많이 듣습니다. 고난은 한편으로는 무엇을 잃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잃는 것으로 인해서 오히려 얻는 것이 많은 것이 고난인 것입니다. 고난을 통해서 그릇 행하는 것을 깨닫게 되고, 살져 기름덩어리로 덮여 있는 마음의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고난이 중첩될 때에는 빠질 기름덩어리도 없겠지만 그 때는 오히려 근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하며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음으로 인해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은총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화려한 한 때를 뒤돌아보며 안타까워하며 울고 있는 사람은 저 지는 꽃잎을 보기를 권합니다. 저들에게도 찬란하다고 칭송 받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저렇듯 구겨지고 힘없이 떨어져 내립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희생되었다고 원통해 하는 사람은 저 꽃잎을 보셨으면 합니다. 이제 저들이 집니다. 그러나 저들은 지는 것으로 생을 마무리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아무렴요. 그렇고 말구요. 꽃이 진 자리에 씨앗이 생기고 그리고 그 씨앗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씨앗은 수 없이 많은 개체변식을 하게 되고 세상 끝날까지 그 생명을 유지해 갈 것입니다. 하지만 인생은 저 꽃잎보다 몇 백배, 몇 천배 무겁고도 큰 존재가 아닙니까. 어디 인생을 꽃잎에다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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