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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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운동

대충 그까짓거.....

유앙겔리온 2005. 4. 5. 17:59

   어떤 큰 건축회사에서 은퇴할 때가 된 유능한 건축가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 회사의 회장이 그를 불러 은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집 하나만 더 지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은퇴할 사람이라 별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회장의 부탁이라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무성의하게 설계를 하고 좋지 않은 재료에 그가 해야 할 감독도 소홀이 하여 넘겼습니다. 그저 대충 그까짓거.... 하면서 집을 지었습니다. 드디어 그 집이 완성되자 회장이 그를 찾아와 "이 집은 바로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의 은퇴를 기념하기 위한 나의 선물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좀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더 감독을 철저히 해서 좋은 집을 지을 것을 하고 무척이나 후회했다고 합니다.

 

 

  내 집이라고 생각하면 철옹성같이 튼튼한 집을 짓고 남의 집이라고 생각하면 대충 지어버리는 인간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짧지만 긴 여운을 남겨주는 이야기입니다. 요즈음 잘 나가는 코미디프로그램 중에 “대충 그까짓거.....”하면서 사회 구석구석의 직업들을 코미디 소재로 삼는 개그맨이 있다. 그의 입에는 의사도, 기자도, 감독도, PD도, 교수도,국회의원도,장관도, 대통령도 “대충 그까짓거.....” 흉내만 내면 되는 것처럼 비아냥 대며 웃음을 유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코미디로만 끝나야 합니다. 모든 일들이 나름대로 전문적인 영역들인데 “대충 그까짓거 하고.....” 흉내나 내면 되는 것으로 취급되거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 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자기가 사는 길이며 그것을 서로 인정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내가 하면 전문적인 일이고 남이 하는 것은 대충 그까짓거... 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대충 그까짓거......”이 되지 않게 하려면 “나와 너”"내 것과 네 것" "내 일과 네 일"을 지나치게 구별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내가 아니라 너이며, 너는 네가 아니라 나인 것을 알아야 한다. 내게서 나간 것이 네게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내게로 돌아온다는 것, 남에게 하는 것이 곧 자신에게 하신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남의 집을 짓더라도 내 집처럼 지어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치료한 환자가 남이 아니라 나인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내 물건을 사가는 이가 내 고객일 뿐 아니라 나도 그의 고객임을 알아야합니다.

 

  오늘(4월 5일 화요일) 한겨레신문 사회면에 실린 기사중에 "음주운전 사고뒤 뺑소니   영안실에 가서보니 아버지....." 제목의 기사가 실린 것을 읽었습니다. 최아무개씨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자신의 아버지인줄 모르고 사고를 내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는데 조사를 받던 중 피해자 가족과 합의를 위해 아내를 병원에 보냈다가 영안실의 주검이 부친임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부인에게서 사실을 전해들은 최씨는 아무 말도 못한 채 앉은 자리에서 눈물만 흘렸다"고 전해주었다는 내용입니다. 최씨가 피해자를 자신처럼 여기고 병원으로 바로 옮겼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인데......... 참 아쉬운 일입니다.

 

  오늘 식목일인데 나무를 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공장소에 심는 나무도 자신의 집 정원에 심는 것처럼 심으면 나무가 죽은 비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을 것입니다. 공공근로를 통해서 심겨진 공공장소의 나무나 가로수 등은 죽는 비율이 너무 높습니다. 그것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정성없이 심었기 때문이며 사후 관리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 정원의 나무만이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넓은 곳에 많이 심겨진 나무들에 의해서 내가 건강하게 숨쉬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모든 일들을 내 일처럼 해야 하겠습니다. 대충 그까짓거....라는 삶의 양식과 문화를 버려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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