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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야기

차 맛을 결정하는 것

유앙겔리온 2017. 3. 29. 23:23

  차인들에게 있어서 좋은 차는 욕심을 부려도 되는 호사입니다. 차인들은 좋은 차를 구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할뿐만 아니라 좋은 차를 발견하면 아낌없이 차값을 지불하고 자기의 차로 만듭니다. 그리하고서도 여전히 좋은 차에 대한 궁핍함과 갈급함을 느끼며 삽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차를 보다 더 맛좋은 차로 만들어볼 심산으로 여러가지 노력들을 첨가해 보기도합니다. 그러다가 그것이 과하여 차를 상하게도 합니다. 이렇게 지나친 좋은 차, 맛있는 차에 대한 욕심을 부리는 것은 물질을 낭비하기도 하고, 심신을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심신의 즐거움과 건강을 위해서 마시는 차인만큼 좋은 차를 구하고 소유하려는 욕구는 당연한 것이겠습니다만, 사람이 지나치게 관여하여 맛을 조작하려는 시도보다는 자연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마시는 차는 곧바로 몸으로 가고 차를 마시면서 느끼는 것은 곧 마음으로 갑니다. 그러기에 맛도 좋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순수하고 맑고 깨끗한 차여야 합니다. 그러니 차 맛을 위하여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늘 제한적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재료와 시간을 뛰어넘을 수는 없슴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차도 혼자 마시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차를 마시다 보면 고독도 달콤하기 때문에 고독에 중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독을 더하는 차, 고독에 중독된 차라고 하면 신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할수만 있으면 함께 마주앉아 차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마주앉아 차를 마신다면 차맛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차맛의 절반쯤은 그 차 자체의 맛이겠지만 나머지 절반의 차 맛은 마주 앉아 차를 함께 마시는 그 사람의 맛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최고의 맛을 지녔다는 차를 마신다고 할지라도 함께 마시는 이로 말미암아 그 차 맛은 토하고 싶을만큼 형편없는 차가 될 수도 있고 지닌 맛보다 더 맛있는 차맛을 느끼게 되기도 할 것입니다.

  좋은 차를 좋은 다우와 함께 마실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 중에 다행한 일입니다. 나는 다행한 사람입니다.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차잔을 기울여줄 좋은 다우가  내겐 있습니다. 어쩌면 나보다 더 차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 다우가 바로 내 아내입니다. 그리고 아내만은 못하지만 버금가는 다우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맛 좋은 차가 있는가? 그는 복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차를 함께 마실 수 있는 좋은 다우가 있는가? 그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차 맛을 더 좋게 하는 다우가 있는가? 그는 정말 최고의 인생부자인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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