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차를 왜 마시냐고 묻는 이에게 본문
차동호인들이 드나드는 모 온라인 카페 게시판에 “차를 왜 마십니까?”하는 질문이 올라와서 다양한 의견들의 댓글들이 달리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차를 마시는 이유는 차 종류만큼이나 다양하고 많겠지요. 제가 차를 마시는 이유는 차가 있으니 차를 마시는 것입니다.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차 한 봉지, 그리고 차 한 덩어리, 방치해두었다 어느 날 눈에 띠어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있는 차, 있어서 마시는 차에 익숙해지니 차가 땅겨 차를 마시게 되었고 차츰 차가고파 차를 마시게 되었고 어느덧 십수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단순히 있어서가 아닌 좋은 차를 찾아 좋은 조건에서 마시려고 노력합니다.
차를 마시려고 할 때 어떤 차, 어떤 방법, 어떤 도구여야 하느냐에 매여달리면 쉽게 차를 가까이 못할 수도 있습니다. 차 마시는 방법을 복잡하게 하고 차 도구를 다양화 시키고 차 종류를 지나치게 구별시키고 차별화 하는 것에는 나름 차문화의 진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그 속내에는 전문가집단과 상인집단의 이해득실과 상관되어 있음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늘 의견이 분분하게 되고, 때론 격한 쟁론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차를 마시고 차업에 종사하고 차와 연관되어있는 사람이 저럴 수가 있나 싶을 만큼 파렴치함의 극단을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차를 마시는 것을 멀리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에 영향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차는 그런 것 때문에 멀리하기에는 이로운 것이 너무 많은 놀이이며 문화입니다.
언제부터 고수차만이 명차가 되었으며, 언제부터 노반장 신반장의 강한 차기를 최고로 여겼던가요? 언제부터 차를 약리작용 따져가며 마셨던가요? 깨끗한 차, 맑은 차, 건강에 이로운 차면되고, 이왕이면 주관적인 아주 주관적인 측면에서 자신에게 좋은 맛과 향이 더해지면 최고의 차가 아니겠습니까? 마시면 좋은 차,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차, 부담없이 몇 잔 함께 나눌 수 있는 차가 좋은 차입니다. 차 마시기에 참 좋은 계절입니다. 차향 짙게 깃든 삶의 시공을 연출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차를 마시다보면 차와 차도구가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차문화에 길들여지다보면 차마실 때 입는 한복 한 벌쯤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움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복을 차려입고 격식을 따져가며 복잡하게 차를 마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쇼하듯 차를 대하거나 마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차는 단순함과 소박함이 원칙입니다. 숭늉처럼 그냥 그렇게 구수하게 생활차로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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