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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야기

다도무문(茶道無門)

유앙겔리온 2010. 2. 13. 12:32

  한국의 음차 문화는 형식과 격식이 많다. 차를 시작하려고 하면 이런 저런 형식과 격식들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문하는 절차를 거처야 하고 각종의 자격을 얻어야 한 줄로 생각한다. 그래서 차일 피일 미루게 되고 한 두잔 마시다가 흥미를 잃어 그만두게 된다. 이런 이유로 차는 특정인들의 전유물처럼 되고 대중화되지 못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숭늉을 마시는데 무슨 자격이 필요하던가? 커피를 마시는데 무슨 격식이 필요하던가? 홍차를 마시는데 무슨 형식이 필요하던가? 그러니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받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녹차는 여러 차도구가 있어야 하고, 마실만한 차는 소량 생산에 고가이고, 최소한의 준비물들이 필요한지라 번거로움이 따르는데 거기에다가 줄줄이 형식과 격식을 더한다면 귀찮아서도 차마시는 것을 멀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다가 차를 생산하는 차농과 차 상인들이 마치 차에 대해서 전문가인양 하면서 이런 저런 것들을 가르치려하고 선생대접 받으려고 하고 도인 대하듯이 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차도 농산물이고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는 음식물의 한 가지일 뿐이다. 차를 맛있게 마시고 건강에 유익하도록 마시면 된다. 차 마시면서 골치 아프면 차 마실 이유가 없다. ‘다도무문’이란 말이 있는데 이 말은 말 그대로 다도엔 문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차에 입문하고 차생활하는데 문턱이 낮아야 한다. 특별한 입문이 없어야 한다. 다도는 차인들이 만들어 놓은 차 마시는 놀이가 아니던가! 놀이가 되어야 한다. 맛있게 우려내어 맛있게 먹으면 된다.

 

 

  차를 마시는 것에 무슨 문이 있거나 무슨 고수의 법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왠지 불편하고 거북한 것은 차마시는 이유와 부합하지 않다. 차를 마시는데 너무 형식과 격식에 얽매이지 말고 차놀이, 차살이면 족하다. 그냥 즐거이 마시면 될 일이다. 좋은 차 많이 마시고 건강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아무 형식도 없고 격식도 없는 차 한잔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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