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내가 보이차를 수장하는 이유 본문
일반적인 차는 햇차가 가장 좋은 차이다. 그리고 그 해에 생산된 차는 그 해에 마시는 것이 좋다. 여기에 별 이론이 없다. 그러나 모든 차가 다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반발효차나 후발효차들은 햇차보다는 오히려 오래 묵은 것일수록 좋은 차로 여겨진다. 그래서 특히 발효차인 보이차는 이런 저런 시비거리를 지닌 차이다. 오래 된 보이차는 차 애호가들이라면 누구나 수장하고 아껴가며 좋은 다우들과 함께 정을 나누며 마시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다.
보이차는 진성순환을 하는 차이다. 진성순환은 ‘오래 묵은 보이차일수록 향과 활력이 선명하고 온건하게 한다’는 뜻으로 보이차 형성 년대가 오랠수록 품질이 우수하고 가치가 더 높은 진귀한 특성을 가진다는 뜻이다. 단 그 재료와 만든 방법이 좋고 보관 환경이 좋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오랫동안 좋은 환경에서 잘 보관된 보이차는 그 가치를 인정하고 찾는 이에게는 값이 문제가 되지 않는 차이다. 그러다 보니 상인들은 그야말로 이윤추구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오래된 보이차를 임자를 만나서 거래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래된 보이차라는 것이 그 수량이 유한한 것이고 매매보다는 수장하면서 자신이 차를 즐기려는 이의 수중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유통되는 양이 유한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좋은 차를 만난다는 것은 그렇게 가볍고 언제나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 기회는 희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오래된 보이차들은 대부분 명확한 자료보다는 다인들의 감관에 의지해서 분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보니 속이는 일과 속는 일이 생기고 파는 이의 윤리와 사는 이의 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차가 된 것이다.
특히 근래에 들어서 보이차의 좋은 점이 여러모로 알려짐으로 인해서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생산량은 유한할 수밖에 없음으로 인해서 우수한 질의 보이차가 귀할 수밖에 없다. 보이차는 소비재이기 때문에 오래된 보이차는 그 수효가 부족함으로 인해서 시장의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고 계속적인 음용과 소모로 인하여 일정 연한을 보존한 보이차가 희소함으로 저장기간이 오랠수록 가치는 높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작업차가 생겨나고 진품을 모방하는 모방차가 생겨나는 것이다.
보이차를 구입하여 마시거나 보관하다보면 차 생산년도의 문제와 적정가격의 문제 그리고 진위의 문제와 차품과 격의 문제에 직면할 때가 있고 그런 것 때문에 차상인들과 다인들, 그리고 다인과 다인 사이에 공방이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 막상 좋은 차라고 해서 사서 마시다가도 이곳 저곳에 자신이 마시는 차가 정말 좋은 차인지 묻게 되고 차품이라는 것이 사람에 따라서 혹은 이권에 따라서 달라지다보니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그 좋아 하는 차를 일시적으로 끊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게 결행을 했다가 또 다시 마시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들을 조금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신차에 해당하는 시기에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보이차를 구매하여 자신의 보관 장소에 잘 수장하여 익어가는 차를 지켜보면서 마시는 것이다.
상인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 소개하거나 매매하는 높은 차령의 보이차보다는 자기가 보관한 보이차가 신뢰도가 훨씬 뛰어난 차가 아니겠는가? 보이차의 생산년도와 그 값은 연동되어 있다. 그러므로 1년만 속여도 값의 차이가 난다.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차 상인으로서는 어떻든 차령을 높게 먹이려고 하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가짜 보이차가 생기는 것이고 차령을 속이기 위해서 속성으로 숙성시키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동원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잘 생산된 보이차를 구해서 자신의 저장장소에 저장해서 잘 익혀 마시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신뢰할만하다.
그러므로 누가 무어라고 비난할지라도 보이차를 아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소장가가 될 수 밖에 없다. 필자가 생각할 때는 차는 반드시 마시는 이가 자신의 기호에 맞는 차를 찾아서 수장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런 저런 변과 주장이 있을지라도 내 이런 생각과 이런 자세는 바뀔 것 같지 않다.
1년에 1통 정도의 차 양이면 충분한데 그 때 그 때 한 편씩 사 마시면 될 것을 가지고 뭐 그렇게 수장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수장하는 수고와 비용이면 그때 그 때 사 마시는 편이 더 좋다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이 전혀 그릇되지 않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생각하니 타인도 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차생활 자체가 단순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정서적인 문제가 결부되어 있는 것이기에 나름 독특한 개성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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