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보이차의 보관방법 본문
보이차 마니아들은 햇수가 오래된 묵은 보이차를 찾아나서기 마련이고 오래된 차를 가졌다는 사람과 그런 차를 마시고 있다고 하는 차인을 부러워들 합니다. 어떻든 차생활에서 차를 구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차는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끓여서 마시는 것이기에 지속적인 차의 조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계속해서 값이 비싸고 좋은 차를 구해서 마시는 것은 쉽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는 것이기에 자기만의 차방에 보이차를 매년 신차를 사 모아서 보관하고 익어가는 차향을 음미하고 변해가는 차맛을 즐기는 차생활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생각합니다. 집안에 들어설 때마다 차방에서 풍겨나오는 익어가는 차향이 일반 가정에서는 얻을 수 없는 차인만이 갖게 되는 또다른 기쁨일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나도 차를 편으로 또는 통으로 모아가면서 차 보관 방법들이 궁금해졌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물어보아서 이렇게 해보기도 하고, 저렇게 해보기도 하면서 초보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나름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자연스러움이 가장 좋은 방법이란 것입니다. 보이차의 보관방법에 대한 나름대로의 방법들과 비결들이 있겠지만 지나치게 발효도를 높이는 것만 생각해서 고안된 방법들이 전수되기도 해서 씁쓸할 때가 있었습니다. 이는 별로 좋은 보관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연륜 속에서 곰삭은 우리의 전통 식품과 같이 보이차도 그렇게 세월을 낚아야 하는 발효식품이기에 인위적인 조작보다는 자연스럽게 세월을 보내는 기다림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이차도 식품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보관원칙이 되어야 하는 것은 위생적인 보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을 위해서 마시는 차가 건강을 해치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은 자명한 것입니다. 그런데 위생적인 보관을 생각한 나머지 보이차를 선물 받아서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했다는 말을 가끔 듣고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발효가 진행되는 식품 보관에는 실온 보관이 필수적입니다. 보이차는 후발효차입니다. 어떤 보이차든지 계속해서 발효 중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발효를 돕는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사광선을 들지 않는 공기가 잘 유통되고 습하지 않는 곳에 신선하고 깨끗하게 보관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차는 향과 맛 때문에 집착하는 것이고 그것에 취하고 끌려서 마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건강을 위한 차라고 해서 위생적으로는 탁월하다고 해도 향과 맛이 밋밋하고 맛이 없으면 외면당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차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향과 맛을 지닐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발효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된 향과 맛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 향과 맛을 그르치게 하는 잡냄새나 특수한 향들이 없는 곳에 보관하여야 합니다. 특히 화장품이나 약품과 같은 것들과 함께 보관하는 것은 금해야 합니다. 모든 오염원으로부터는 철저하게 분리되어야 합니다. 결국 오염원은 위생적인 면과 향과 맛의 측면 모두를 해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보이차를 편이나 통단위로 보관할 때는 창호지와 같은 전통적인 종이와 죽순 껍질로 된 포장이 좋습니다. 종이와 죽순 껍질의 표장은 차의 발효에 이롭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포장된 것을 바람이 잘 통하도록 제작된 차 진열대에 진열해 놓거나 아니면 냄세가 없는 종이상자에 담아 보관하면 됩니다. 그리고 산차(散茶)나 마시기 전 혹은 마시는 과정 중에 있는 차는 항아리나 자사용기 속에 넣어 보관하면 잡냄새의 침입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보이차가 용기 속에서 계속 발효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특수한 향을 간직하고 있는 보이차는 꼭 자사나 질그릇 향아리에 보관해야 합니다. 그래야 향이 보존됩니다. 보기에 좋다고 혹은 편리하다고 비닐이나 플라스틱이나 통기성이 없는 용기에 보관하는 것은 일시적인 경우 외예는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는 수 많은 차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자신이 마실 차를 결정하고 그 차를 모아가는 기쁨, 잘 보관하여 첫 편을 뜯어 우려 지인과 나누는 기쁨은 결코 작은 기쁨은 아닙니다. 각종 차 중에서 보이차의 보관 조건은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편에 속합니다. 전문 차방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보관하실 수 있습니다. 자신이 마시는 차는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에서 보관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좋은 보관이 될 것입니다. 어디서 어떻게 보관되었는지도 모르는 차를 지나치게 비싼 값을 지불하고 사서 마시는 것보다는 매년 조금씩이라도 모아서 자기 거처 가까운 곳에 보관하여 마시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경제적으로 좋을 것 같습니다.
'차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번의 다회에 대한 소회 (0) | 2009.10.12 |
---|---|
다반사(茶飯事) (0) | 2009.08.05 |
후발효차인 보이차 (0) | 2009.07.15 |
그 끊을 수 없는 즐거움 (0) | 2009.06.30 |
차가 좋아 차를 마시는 것일뿐 (0) | 2009.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