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다반사(茶飯事) 본문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에 가면 길모퉁이에 '다반사(茶飯事)'라는 다구 및 보이차를 파는 그리 크지 않은 가게가 있습니다. 언젠가 그곳에 지인들과 함께 들렸는데 걸려 있는 상호가 참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상호가 '다반사'였습니다. 그 상호를 보면서 참 주인이 센스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름 하나 잘 지었지 않습니까? 이름값을 하는 가게가 될 줄로 여겨집니다.
그곳에서 비오는 날 오후에 착하게 끓어주는 차를 얻어 마시고 지인으로부터는 작은 다구소폼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리저리 수지맞은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비가 오려는지 찌푸둥한 날씨에 다반사로 차를 마시면서 이렇게 몇 자 적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에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 있습니다. 항다반(恒茶飯) 또는 항다반사(恒茶飯事)라고도 합니다.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을 의미합니다. '극히 일반적이고도 당연한 일' '예삿일', '흔한 일' 즉 무슨 무슨 일을 차를 마시거나 밥를 먹는듯 한다는 뜻입니다. 차와 밥은 특별한 때에나 마시고 먹는 특별한 음식이 아닌 일상적으로 마시고 먹는 음식입니다.
차와 밥은 기호식품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한 필수식품입니다. 차나 밥은 그 자체가 보약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차를 즐겨 마시면 나라가 흥하고, 술을 즐겨 마시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차 마시는 일은 다반사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음주, 흡연 1등 국가인 우리나라가 변하여 차 마시는 1등국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음주와 흡연으로 인하여 잃게 되는 많은 것들을 잃지 않아도 되고 사회적 비용도 많이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중국에는 '개문칠대사(開門七大事)'라는 것이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신접살림을 차릴 때 꼭 갖추어야할 필수품을 뜻하는데, 그것으로는 "쌀, 땔감, 소금, 기름, 간장, 식초, 차" 이렇게 일곱가지였습니다. 이것은 살림살이를 위한 필수품이었습니다. 그중에서 차는 다반사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뿌리를 내린 기호식품 이상의 필수품이었던 것입니다.
차를 하루라도 거르면 밥을 굶은 것처럼 허기진 느낌을 받습니다. 차에 매료되면 밥보다 차를 더 원하게 됩니다. 차를 마시면 사람이 바뀝니다. 돈쓰는 것도 바뀌고, 만나는 사람들도 바뀌고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도 바뀝니다. 차를 권하는 일은 그래서 결국 사람을 바꾸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이 차를 많이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술상이나 밥상을 엎었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찻상 엎었다는 소리는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술권하는 사람보다는 차권하는 사람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그래야 심신이 건강합니다. 차 한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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