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차가 좋아 차를 마시는 것일뿐 본문
등산을 이야기하면 늘 어느 등산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사람이 산에 오르는 것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산에 한번 안기는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었지요. 등산가로서는 대단한 업적을 이루었는데도 말입니다. 참으로 겸손한 생각이며 겸손한 사람이며 겸손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아름다운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등산하는 참 의미를 적절하게 표현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한번 안겼다 내려오는 것이지, 정복했다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며 교만입니다. 무슨 수로 그 어마어마한 산을 정복한다는 말입니까? 바다를 수영했다고 해서 바다를 정복한 것이 아니듯이 산을 올랐다고 해서 산을 정복한 것은 아닌 것입니다. 작은 은사나 작은 재능을 가지고도 마치 모든 것에 통달한 사람처럼 구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노릇입니다.
차(茶)의 세계도 그런 것 같습니다. 조금 아는 것을 가지고 마치 차를 정복한 것처럼 구는 것은 교만의 극치입니다. 중국 한 나라만 하더라도 차창이 몇 천개라는데 거기서 해마다 진기를 달리해서 쏟아져 나오는 차의 종류는 또한 얼마나 많겠습니까? 각 나라 각 민족마다 차 없는 곳이 없으니 말해야 무엇 하겠습니까?
누가 그 차를 다 맛볼 수 있으며 뉘라서 다 안다 할 수가 있겠습니까? 시음기라는 것도 어쩌다 차인으로 하여금 맛볼 수 있도록 자기를 내어주는 한정된 차, 그 차 맛에 길들여진 느낌일 뿐일 것입니다. 백 번 마시면 백 번이 다르고 천 번을 마시면 천 번이 다 다름이 차 맛이 아니겠습니까? 꽃이 좋아 꽃을 찾고 사람이 좋아 사람을 찾는 것처럼 좋은 차가 있어 차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차가 어디에 좋으냐? 무엇 때문에 차를 마시느냐? 이런 저런 질문이 있을 수 있고 또한 효용성을 내세워서 차를 찾기도 합니다. 그러나 산이 좋아 산을 찾고 강이 좋아 강을 찾고 차가 좋아 차를 마시는 것 일뿐, 건강이니 품성이니, 이런 저런 것들을 먼저 생각하면 그것 또한 일이 되어 피곤함이 됩니다. 이런 것들은 좋아서 하다보면 그냥 덤으로 얻어지는 것들이어야 하지요. 이게 뒤바뀌면 오히려 스트레스 받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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