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차 맛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본문
차 맛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많겠으나 그 중에 세 가지만 살펴보고자 한다. 주된 것이 차이니 당연히 차는 좋은 차, 맑은 차여야 함을 전제로 한다. 차 자체가 나쁘면 아무리 주변의 것이 좋다고 해도 황홀한 차 맛을 누릴 수 없다. 좋은 차가 준비되었다면 다음은 차 맛을 제대로 살려낼 수 있는 주변을 준비해야 한다.
첫째는 물이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물이 나쁘면 차 맛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다. 좋지 않는 물은 차 맛을 잃게 만든다. 차를 끓이는데 사용되는 물은 무색미취(無色無臭)해야 한다. 무언가 가미된 물은 차 맛을 변질시켜서 제대로 된 차 맛을 못 느끼게 한다. 내 고향이 바닷가인데 그곳에서 식용으로 사용하는 지하수가 약간 염분이 섞여있어서 차를 끓여 마시면 차 맛이 영 신통치 못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곳에 가면 물까지 함께 가지고 간다.
그리고 차 종류에 따라서 물의 온도가 중요하다. 녹차같이 전혀 발효되지 않는 차를 100도의 물을 그대로 부으면 생약성분을 모두 망가뜨리고 만다. 그러므로 녹차는 70도 정의 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보이차나 흑차와 같은 후발효차는 100도로 물을 끓여서 뜨거운 물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반발효차는 녹차와 보이차 중간쯤의 온도를 사용하는 것이 차 맛을 가장 잘 내게 하는 물의 온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두 번째는 다구이다.
차 생활을 시작하려는 분들이 제일 먼저 비싼 다구부터 준비하려고 하는 경향성이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갖추어야 차생활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다구가 없다면 대용으로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을 사용해서 일단 차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차 생활에 익숙해지다보면 그리고 그것을 즐기다보면 자연스럽게 다구가 갖추어지게 되고 다구가 늘어나게 된다. 茶具(다구)는 꼭 비싼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고 이름없는 도공의 것이라도 정성들여 만든 것이라면 그 만큼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차 종류에 따라 그 색과 맛과 향이 각각 다르므로 여유가 된다면 일차 일다구를 사용하면 더 없이 좋다.
세 번째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마시는 사람이다.
차는 시각, 미각, 후각, 청각, 촉각을 감상하면서 마신다. 눈으로는 차의 빛깔을, 혀로는 차의 맛을, 코로는 싱그러운 향기를, 귀로는 차솥에 끓는 물소리를, 손으로는 다기를 어루만지는 촉감을 사용하여 차를 마시는 것이다.
정직한 사람과 함께 마시는 차, 영혼이 맑은 사람, 사랑이 많은 사람과 함께 마시는 차는 그 맛이 더할 것이다. 오랫 동안 기다리고 그리워하던 사람과 마시는 차라면 얼마나 맛이 있겠는가? 차를 함께 마시는 사람이 좋아야 차 맛이 제대로 난다.
차를 마시기 위해 준비하는 모든 것은 차 맛에 영향을 미친다. 차를 우리기 위한 물을 준비하는 것, 차를 우려내는 다구를 준비하는 것, 함께 차를 마시는 사람까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는 것이 없다.
'차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이차의 보관방법 (0) | 2009.07.21 |
---|---|
후발효차인 보이차 (0) | 2009.07.15 |
그 끊을 수 없는 즐거움 (0) | 2009.06.30 |
차가 좋아 차를 마시는 것일뿐 (0) | 2009.04.14 |
팽주 (烹主) (0) | 2009.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