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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운동

어름냉수 같은 사람

유앙겔리온 2004. 8. 5. 08:22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제 불황, 반복되는 소모적인 정쟁, 아이들 싸움보다 못한 치졸하고 쓸데없는 국가정체성 논란, 끊임없이 일어나는 강력범죄사건, 지난번 연쇄살인자에 의해서 딸을 잃은 어머니의 가슴을 발로 차 길바닥에 넘어뜨린 경찰과 같이 아직도 여전히 변한 것이 없는 가진 자들의 폭력성과 특권의식 등등, 이런 것들이 이 땅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후덥지근하게 한다. 거기다가 계속되는 불볕더위는 많은 사람들을 짜증스럽게 하고 괜한 시비거리나 분풀이 대상을 찾게 하고 있다.


  요즈음 날씨가 얼마나 더운지 신문, 방송에서는 몇십년 만에 오는 기록적인 더위라고 야단들이다. 사람들은 서로 만나면 의례히 날씨 이야기부터 하고 날씨와 연관하여 안부를 물으며,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날씨 걱정들을 한다. 손바닥만한 나무그늘, 찔끔 찔끔 내리는 소나기가 이렇게 반가울 때가 없었다. 이제는 좀 시원해졌으면 좋겠다.


  정말 시원한 것, 시원한 곳, 시원한 어름냉수 같은 사람이 생각나고 그리운 때이다. 나라의 정치도 시원해졌으면 하고, 경제도 좀 시원하게 풀렸으면 한다. 날씨도 너무 덥다보니까 이젠 좀 시원해졌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날씨야 말복이 지나면 자연의 섭리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시원해지겠지만 자유의지에 맡겨진 사람의 마음이 문제이며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져가는 불볕더위 같은 문화와 문명이 문제이다.


  성경 잠언 25장 13절에 “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케 하느니라”했다. 얼음냉수는 '눈 녹은 물, 얼음 녹인 물'이다. 눈 녹은 물. 얼음을 동동 띄워 얼음이 녹아내린 물 듣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든다. 눈 녹은 물, 얼음 녹은 물은 성경시대에 파레스틴에 사는 유대인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시원한 물이었을 것이다. 추수하는 날에 얼음냉수가 있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지금은 냉장고가 있어서 먹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시원한 물을 마실 수가 있다. 하지만 옛날 성지 이스라엘에 무슨 냉장고가 있었겠는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눈 녹은 물, 얼음 녹은 물이 소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추수 때에 어디서 그것을 구할 수 있었겠는가? 그림에 떡과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잠언을 기록한 기자는 '충성된 사자는 얼음냉수와 같다'고 했다. 이것은 충성된 사자, 언제나 성실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일을 하려는 사람이야 말로 얼음냉수와 같은 사람임을 말하여주는 비유인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맡은 일에 충성스러운 사람이 필요하다.

 시원한 것이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불볕더위의 여름, 시원한 사람을 찾고 있는 이 시대의 갈증, 우리 모두 어름냉수같이 시원한 사람들이 되어 보자. “야! 너 참 어름냉수 같은 사람이구나”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 하나님께서 “기현아, 넌 정말 여름 더운 날에 어름냉수 같구나”하는 이 말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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