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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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운동

십리 길과 백리 길

유앙겔리온 2006. 4. 5. 23:23

  오늘은 식목일입니다. 공휴일이었던 식목일이 정상업무를 하는 날로 바뀌었습니다. 그렇다고 나무 심는 일이 이전보다 더 가벼이 취급되어도 좋고 소홀리 여겨도 된다는 의미는 물론 아님을 그 누구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 소중성은 더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나무가 건강하게 살 수 있어야 사람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정성껏 몇 구루의 나무를 새벽에 심었습니다. 심어놓은 나무를 바라보면서 거목으로 자라는 영상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무를 심는 사람의 모습은 모든 인생살이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 묵상이 너무 좋아 몇줄 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나무를 의무적으로 심는 사람은 흙속에 묻힌 부분보다는 밖으로 들어나는 부분만을 신경씁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나무를 사랑해서 심는 사람은 흙 밖으로 들어나는 부분보다는 흙속에 묻혀 있는 부분에 더 정성을 기울입니다. 이것은 십리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과 백리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의 차이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리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열매보다는 뿌리를 생각할 것입니다.

 

  개인소유의 장소에 심은 나무보다 공공장소에 심은 나무들은 왜 그렇게 고사율이 높은가를 생각해보면 그것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나무를 심는 자의 정신의 차이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십리 길 정신과 백리 길 정신의 차이 때문입니다. 나무 한 구루 심을 때도 정성과 열정이 필요하고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느슨하게 늘어진 부분들을 끌어당기고 질끈 허리띠를 동이는 자세 하나도 십리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과 백리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디 허리띠뿐이겠습니까? 옷고름 여미기, 신발끈 고쳐 매기, 여행가방 꾸리기 등등..... 수없이 많은 행동에서 그 차이를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나는 십리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인가? 백리 길을 가고자 하는 자인가? 우리 민족은 십리 길을 가고자 하는 민족인가? 백리 길을 가고자 하는 민족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민족도 빨리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수준에 와 있습니다. 모든 범사를 백리 길을 가는 정신으로 해야 하겠습니다. 졸속과 서두름은 결국 부실을 낳게 되고 단명을 가져오게 됩니다. 우리는 이것을 지금까지 너무 많이 경험해 왔습니다. 이제 이런 경험은 더 이상 필요치 않습니다. 우리 모두 십리 길이 아닌 백리 길을 가는 심정으로 삽시다. 나무 한 구루 심을 때에도, 그리고 신발끈 하나 맬 때에도........                  

                     -살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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