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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운동

문 밖에 서 있는 사람

유앙겔리온 2003. 10. 3. 15:58

가을이 깊어지면서 아침저녁으로는 여름철에 느끼지 못했던 한기를 몸에 느낀다. 그래서 여름엔 시시로 열어두었던 문들을 슬그머니 닫는 일이 많이 생겼다. 이런 자신의 바뀐 모습을 보면서 세상살이를 한번 들어다보게 되었다.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인심과 경제적인 불황들로 인하여 열려져 있는 문들이 또한 많이 닫히고 있음을 보게 된 것이다. 닫힌 문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의 우울한 모습들이 보인다.

우리나라 회사원들의 평균 정년이 38살이라고 한다. 38살에 회사의 일할 문이 닫히고 실업자로 내몰린다면 그 얼마나 서글픈 일이겠는가? 그런데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하니 참 한기가 느껴지는 세상이다. 이 시간도 문 밖에 서서 서성거리고 있는 많은 실업자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문에 미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문밖에 서 있는 사람들이 되고만 청년실업자들도 너무 많다. 그들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우리 사회는 문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사회가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은 우리의 주거문화에서 대단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수 없이 많은 문을 만나게 되고 그 문들을 드나들어야 한다. 문은 우리의 삶의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사물이다. 이 세상에는 수 없이 많은 문들이 있다. 어떤 문은 우리를 반기는 문이지만 어떤 문은 우리를 두렵게 하는 문도 있다. 어떤 문은 들어가기가 쉬운 문도 있지만 어떤 문은 들어가기가 정말 힘든 문도 있다. 어떤 문은 열려 있기도 하지만 어떤 문은 굳게 닫혀있기도 한다. 열려진 문은 환영을 뜻하고 튼튼히 닫혀진 문은 거부를 뜻한다. 이처럼 문은 들어갈 자와 그렇지 못할 자를 분리한다. 그리고 들어갈 수 없는 것들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열려진 문은 환영을 나타낸다. 그러나 닫혀진 문이나 잠겨진 문은 경계와 거절과 경고를 나타내고 있다. 문은 우리에게 희비를 가져다준다.

우리 주변에서는 폐교된 학교의 문, 폐쇄된 공장의 문, 무너져가는 농어촌의 폐가의 문, 완성되지도 못한 체 방치된 건축물의 녹슨 문, 기타 등등 수 없이 많은 닫혀진 문들을 보게 된다. 저 문들이 다시 열리는 날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이상 받아드릴 수 없어서 제한적인 사람들만 드나드는 저 문들도 더 넓게 열려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문 밖에 서서 서성이는 사람들이 점점 작아지고 작아져서 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이 아주 없어졌으면 좋겠다. 누구나 들어가고자 하면 들어갈 문이 있는 세상이 속히 왔으면 좋겠다.

사람은 육으로만 사는 존재가 아니라 영으로 사는 존재이기도 하다. 사물로서의 문도 중요하지만 영적이며 정신적인 문은 더욱 중요하다. 사물의 문 밖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과 함께 영적이며 정신적으로도 문 밖에서 서서 소외와 빈곤의 바람을 맞고 있는 사람들이 또한 많을 것이다. 어떻든 문 밖에서 서성이는 이들이 많은 사회는 불안한 사회이며 행복을 잃은 사회이다. 문 밖에 서서 서성거리는 사람들이 문 안으로 들어가서 평강을 누리는 시대가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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