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하얀 띠 매기 본문
누군가 큰딸 아이 읽으라고 「태도를 바꾸면 성공이 보인다 : Attitudes that Attract Success」(웨인 코데이로 저, 양혜정 역)를 선물했는데 이 책은 태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내용이다. 아이가 이 책을 차장(茶欌) 위에 놓아두어서 내가 읽게 되었다. 우리 집은 서로 읽은 책들 중에 좋은 책들은 가족들의 시선이 잘 가는 곳에 놓아두어 누구든 읽을 수 있도록 한다. 덕분에 좋은 책을 나도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몇 가지 내용들을 메모해 두었는데 그 중에 한 가지 내게 감동을 주었고 내 태도를 이렇게 해야지 하고 다짐하게 했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유도의 창시자인 가노 지고로는 일본현대교육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 전역의 운동계와 사교계 및 정치계에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그가 죽기 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도의 대가가 자신의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학생들이 스승의 유언을 들으려고 모여들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를 묻을 때 내 몸에 검은 띠를 매지 마라. 반드시 하얀 띠를 매어 묻어야 한다!"
무도에서 하얀 띠는 초보자, 곧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은 견습생의 상징이다. 이것은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그의 겸손을 보여주는 매우 좋은 교훈이다. 우리 모두는 서열에 관계없이 평생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 하얀 띠를 매라
설혹 당신이 당신 분야의 전문가라 할지라도 배움을 늘 귀중히 여기라 계속해서 배울 때만이 당신은 계속 전문가로 남을 수 있다. 우리는 배우기를 중단하는 그 순간부터 무디어지고 쇠퇴하기 시작할 것이다.
자신이 허리에 하얀 띠를 매므로 자신의 제자들에게 마음에 견습생의 띠를 매고 살라는 유언을 한 그가 한 없이 크게 보이는 이유는 그가 겸손히 배우고자 힘쓴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겸손하면 크게 보이고 교만하면 작게 보인다. 있는 자가 있는채 거들먹거리면 천박해 보이고 없는데 분수를 모르고 과시하면 또한 불쌍히 보인다. 제 분수껏 살고 겸손하게 살면 아름답게 보인다. 인생은 모름지기 숨질 때까지 겸손히 배우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죽을 때만은 그래도 거창해지기를 바라고 꾸며지기를 바란다. 마지막 자신의 묘비명을 수식하는 것들은 최고의 달인으로, 최고의 명예, 자신이 이루어낸 최고의 직위나 업적이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는 하얀 띠를 매고 무덤에 가기를 원했다. 얼마나 존경스럽고 감동스러운 일인가? 어쩌면 이 이야기는 나를 위한 것처럼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 검은 띠를 풀어내고 하얀 띠를 매어보자”라고 다짐을 해보았다.
견습공일 때는 얼마나 겸손한가? 견습생 때는 또한 얼마나 열심인가? 초보자일 때는 얼마나 순종적이고 배우려는 자세로 가득 차 있는가? 그런데 어느 정도 무엇을 이루었다고 생각할 때면 교만해지고, 듣고 따르려는 것보다는 지시하는데 익숙해지고, 배우려는 것보다 가르치려고만 한다. 사람은 이때부터 무식하고 무능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때부터 무디어지고 퇴보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교만이 패망의 선봉이 되는 것이다.
검은 띠를 마음의 허리에 풀어내자. 그리고 하얀 띠를 마음의 허리에 굳게 동이자.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자. 가르치는 일을 잠시 멈추고 배우는 자가 되어보자. 나도 어린 나이에 목사가 되었고 젊은 나이에 신학박사가 되었다. 어찌 내 마음의 병을 내가 모르겠는가? 내 마음의 병을 낫게 하는 처방전이 바로 “하얀 띠”이다. 하얀 띠를 허리에 매고 견습생으로 다시 땀을 흘리는 것이 날 온전케 하며 건강케 할 것임을 안다. 뒤로 미룰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 띠를 바꾸어 매고 살자. 검은 띠 대신에 하얀 띠로 바꾸어 맨 허리를 어루만지면서 즐거워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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