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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을 만들지 못하는 사회

유앙겔리온 2005. 8. 12. 17:08

  영웅이 많은 사회가 강한 사회이고 영웅을 만들어 낼 줄 아는 문화가 희망이 있는 문화입니다. 왜냐하면 영웅은 많은 사람들이 닮고 싶은 모델이 되기 때문이며 영웅은 언제나 민중들에게 희망의 불을 지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웅을 인정하고 살려나가는 민족과 문화는 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영웅을 가진 민족은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민족은 영웅을 만들 줄 모릅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만들어진 영웅도 끌어내려 말살해버리려고 합니다. 우리 민족은 우리 문화를 스스로 파괴하는 잘못된 버릇이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또는 흐르는 세월에 의해 부득이 파괴된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한번 판국이 바뀌면 전엣 것은 싹 없애버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런 버릇은 이제 그만 버려야 할 악습이 아니겠습니까?


  전하는 말에 의하면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다 쓴 다음 그 참고로 했던 옛 기록들을 모조리 없애 버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본래 있던 정신 사상의 모습이 그만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에 의해서 오히려 잃어져 버렸습니다. 김부식은 원래 중국 숭배주의자이므로 그의 눈에는 우리 옛부터 내려오는 말이나 생각이 모두 하찮은 것으로 여겼졌을 법도 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부끄럽다 하여 모두 한문식으로 고쳐 버리고 그 남은 모습을 모두 없애버렸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고 보면 "삼국사기"는 옛날 우리의 일을 알려주는 것보다는 우리의 일들을 모르게 가려 버린 것이 더 많은 지도 모릅니다. 어디 김부식만 그랬겠습니까? 일제는 더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그러진 행위는 지금도 단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새 사람이 정권을 잡으면 전엣 것은 그 자취를 알 수 없이 없애 버리려 합니다. 그래야 자기 공로가 드러나는 것 같아서일까요? 그러나 그런 문화는 발전이 없습니다. 문화는 비록 원수의 것이라도 보존을 하는데서 발달하고 발전을 하는 것입니다.


  요즈음 옛 안기부(국가정보원)의 불법 도청문제가 정가뿐 아니라 모든 백성들의 관심거리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도청문제는 원하던 원치 않던 간에 대한민국 역사 속에 지금껏 하나 만들어진 노벨평화상 수상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힌 사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로 인해서 병세가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하는 지경에 빠졌습니다. 부끄러운 현대사에 그래도 영웅 한 사람 있어 위안을 삼는 백성들이 많은데 그것마저도 깨트려버리려는 악의적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단순이 의혹이기만을 바랍니다마는 그것이 정말이라면 안 될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일로 인해서 또 한 분의 영웅이 역사의 바람 앞에 갈기 갈기 찢기어 날려 사라져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을 지킬 줄 아는 그런 멋진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민족 가운데 영웅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정파나 종파나 학파나 지역이나 성별을 떠나서 영웅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꼭 위대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곳곳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영웅들이 세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원로가 없는 사회, 영웅이 죽은 사회, 전승이 무너진 사회는 희망이 없습니다. 영웅을 만듭시다. 원로를 만듭시다. 전승을 귀중히 여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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