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내가 만일 애타는 한 가슴을 본문

살림운동

내가 만일 애타는 한 가슴을

유앙겔리온 2002. 12. 5. 00:08

한국과 미국은 내년이면 동맹 50주년을 맞는다. 그런데 이런 시점에서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칠만한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미군이 장갑차로 한국의 여중생인 신효순 심미선 두 명을 치사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교통사고는 늘 있는 것이기에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미군 장갑차라고 사고를 내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의 불합리하고 부당한 처사가 문제인 것이다. 한국에서 일어난 한국인의 피해 사건을 가해자들이 속하여 있는 미군 법정에서 미군들만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앉은 법정에서 재판을 해서 가해자들을 모두 무죄평결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양심있는 사람들의 분노가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에 의해서 한국인의 인권이 무시되고 그들의 범죄로 인해서 한국인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 이상 이런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종교인들, 대학생들, 심지어는 어린 중학생 고등학생들까지 참여하는 집회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길거리에 성조기가 불타고 반미구호가 메아리치고 있다.

미지근한 태도를 취하고 있던 대통령후보들도 분노한 국민들의 거세진 반미 여론을 보고서야 표심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마디씩 거들고 나서고 있다. 그리고 급기야는 김대중대통령이 나서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개선 지시를 하기에 까지 이르렀다. 그렇지만 대단한 결과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강자의 논리에 사로잡혀 있는 미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약자, 즉 보호를 받고 있는 우리의 이익이 완전히 지켜질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외세에 대한 의존도를 하루 속히 낮추어야 한다. 스스로 살아갈 길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생력이 없으면 언제나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문제이다. 누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현재 강자라고 자처하면서 힘을 약한 자에게 과도하게 사용하는 미국과 같은 세력은 하나님의 정의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전능하시지만 그 전능의 힘을 결코 약한 자를 희생시키는 힘으로 사용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자신이 약한 자처럼 이 세상에 오셨다. 강한 자가 약한 자처럼 될 때 구원의 역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강한 자가 강한 자로 여전히 자리할 때 억압과 압제가 있게 되는 것이다.

디킨스의 “내가 만일 애타는 한 가슴을” 이라는 시가 있어 소개한다.
내가 만일 애타는 한 가슴을 달랠 수 있다면
내 삶은 헛되지 않으리라.
내가 만일 한 생명의 고통을 덜어 주거나
한 괴로움을 달래 주거나
또는 힘겨워하는 한 마리의 로빈새를 도와서
보금자리로 돌아가게 해 줄 수 있다면
내 삶은 정녕 헛되지 않으리라.

누구나 이런 애타는 가슴으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자신이 상대적으로 조금이라도 강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가슴이 이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강자의 힘은 하나님께서 약자를 도우라고 주신 힘인 것이다. 강자는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 적어도 강자는 약자에게 한을 심어놓아서는 안된다. 이런 한은 하나님의 보좌를 움직이게 될 것이다. 강자의 겸손은 힘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약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오히려 강자이기에 약자를 돕고자 하는 애타는 가슴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둘 사이에 진정한 상호 존중과 신뢰와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아니하면 지배와 굴종이 있을 뿐인 것이다.

한미관계가 상호 신뢰와 협력의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번 여중생치사사건은 한국에 재판권을 이양하고 이렇게 까지 된 것에 미국 당사자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성실히 약속해야 한다. 그리고 금번 SOFA 개정문제나 한미간의 관계개선의 문제가 단순히 선거철을 앞둔 이해당사자들의 이슈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고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이나 마음으로 같이 하는 모든 우리 국민들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만 이 문제를 접근할 것이 아니라 소름이 끼칠정도로 아주 냉철하게 풀어나가 국익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살림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비자 천국의 시대  (0) 2002.12.18
배부를 때 조심해야 한다.  (0) 2002.12.11
진보를 보이라  (0) 2002.11.28
좋은 생각을 하며 삽시다  (0) 2002.11.24
“~다더라”식의 유행  (0) 200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