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대~한민국, 오! 필승코리아 본문
요즈음 어디를 가든지 “대~한민국!”, “오! 필승코리아”의 외침을 들을 수 있다. 이 구호는 전국 어디서나 두세 사람만 모이면 자연스럽게 나누는 인사말이 되었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에도 이 응원 구호를 중얼거리는 이들이 태반이다. 웃음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대~한민국”했더니 옆 칸에서 반사적으로 “짝짝 짝짝짝”하더라는 것이다. 언제 이처럼 대한민국이 사랑받아본 적이 있었는가? 언제 이와 같이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고 고백해 본적이 있었던가? 언제 이처럼 대한민국을 목청껏 소리 높여 불러본 적이 있었던가? 이념에 묻힌 붉은 색이 이처럼 당당할 수 있었던 적이 언제 있었던가? 태극기가 이처럼 모자가 되고 의복이 되고 손에 손에 들려 펄럭일 때가 또 언제 있었던가? 어떤 정치가가나 어떤 지도자가 그토록 많은 인파를 거리로 끌어냈으며 남녀노소와 지역을 떠나 온 백성을 하나로 만들고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던 적이 있었던가? 이와 같은 일은 예전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가끔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있었기는 했지만 지금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것은 월드컵 예선과 16강 그리고 8강을 거쳐 오면서 한국축구가 우리에게 준 값진 선물이다. 지금까지만 해도 기대 이상의 기쁨을 우리에게 주었다. 지금까지의 것으로도 한국 축구인들이 받아야 할 보상이나 갈채는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남은 경기도 최선에 또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역사의 현장에 오늘 내가 여기 있어 함께 숨쉬고 있음을 감사한다.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동시대인임이 정말 기쁘다. 결코 쉽지 않는 일을 해낸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천사를 보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축구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거기에 알맞은 처방전을 내려 줄기차게 지도력을 발휘해 온 히팅크 감독에게 찬사를 보낸다. 한 때 조급한 한국인들이 언론을 이용하여 히딩크식 축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비난과 질타와 외면을 서슴치 않을 때도, 때로는 사생활에 속한 부분까지 꼬투리 잡아 인신공격을 할 때에도 묵묵히 자기의 소신을 굽히지 아니하고 준비된 프로그램대로 대표선수들을 지도한 그 지도력이 참으로 높아보인다. 그는 인기와 이름보다는 실력을 중시하며 숨은 가능성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으며, 독서하는 감독, 생각하는 축구, 인화에 힘쓰는 지적이면서 덕스러운 감독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히딩크의 지도력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찬사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인으로 귀하를 시키자는 사람, 계약기간을 연장 하자는 사람, 박사학위를 주겠다고 하는 대학, 정치와 경제에 히팅크의 경영기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사람, 기타 등등 그만큼 그가 우리에게 끼친 영향력이 대단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 백성도 좋은 지도자만 만날 수 있다면 그리고 훈련만 제대로 된다면 어느 인류국가의 백성들에 뒤지지 않을 백성들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아직도 월드컵은 진행 중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나아져가고 있는 축구대표팀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더 큰 기대도 해 본다. 기적과도 같은 월드컵 본선에서의 3승 1무의 무패의 행진 그리고 8강 진출, 이것은 우리 선수들이 지금까지 흘려온 땀의 대가이며 월드컵 개최국과 국민으로서 갖고 있는 자긍심에 걸맞은 한국 축구에 대한 여망과 지원과 응원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일들이 다른 모든 분야에도 파급되기를 바란다.
금번 월드컵에는 많은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변의 가장 중심에 우리 한국 축구가 있다고들 한다. 한국축구 외에도 세네갈이나 터기, 일본, 중국 등도 변화를 일으킨 그룹에 속하여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축구가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경력과 명성은 현재의 실력 앞에 정말 무용지물이다. 어디 축구뿐이겠는가? 지금는 변화의 시대이며 격동의 시대이다. 모든 것이 세계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그러했으니 여전히 그러하리라는 기대나 또는 당연시나 오만도 경계해야 할 것이며 또한 낙심이나 낙담 역시 금물이다. 과거가 아닌 지금이 문제이며, 지금이라도 정직한 땀방울을 흘리면 극적인 역전승은 언제라도 행운의 미소를 우리에게 선물할 것이다. 기업도 정치도 그리고 사회 전반에 이르기까지 요즈음 한국 축구가 보여주는 것에서 많은 교훈을 받아야 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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