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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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운동

주위 사람들을 평안하게 만들려는 사람이 그립습니다

유앙겔리온 2004. 11. 24. 21:38

  

  대중가요 가수인 조용필씨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젊은 날에는 노래할 때 목청껏 소리를 힘으로 내질러야 속이 후련했어요. 그러나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까 그게 아니다 싶어집니다. 내가 편하게 노래해야 듣는 사람도 편하지 않겠습니까? 똑같은 "창 밖의 여자"라도 지금은 감정을 감싸 안아가며 부릅니다."

  난 대중가요 중에 처음 소절부터 마지막 소절까지 다 할 수 있는 노래가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대중가요하고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수들의 이름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별관심도 없구요. 노래방이 전국토를 휩쓸고 있을 때도 노래방 한번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아이들이 아버지도 그런 곳에 한번 가보셔야 한다고 성화여서 가족들과 함께 딱 한번 가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가요 가수인 조용필씨의 말을 이곳에서 인용하게 된데는 그만큼 내게 주는 교훈이 컸기 때문입니다.

  노래부르는 가수가 노래할 때, 자신의 감정을 힘으로 내지르는데 열중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듣는 사람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감정을 감싸 안아가며 부른다는 이 고백이 그를 다시 보게 했습니다. 아! 이 얼마나 고상한 고백입니까? 요즈음 예술의 세계가 지나치게 작가 스스로의 감정에 깊이 빠져 있어서 대중들로부터는 멀어져가는 경향성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자기 감정에만 충실한 예술가는 그저 보통 예술가이고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배려하는 예술가는 최고의 예술가입니다. 이만 하면 예술론에서는 그만한 스승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한 대중가요 가수의 짧은 고백을 난 메모장에 간직해두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끄집어내서 볼 때마다 주위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려는 마음가짐으로 사는 자세가 내게도 있어야 하겠구나 하고 늘 생각합니다. 나도 그렇게 설교하고 그렇게 말하면서 살아야 하겠구나. 내 달란트로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겠구나. 나로 인해서 주위 사람이 편안하게 되도록 해야 하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게 있어서 그는 또 한 사람의 큰 스승입니다. 내 설교가 내 감정에 너무 몰두해 있지는 않았는지, 내 입으로 나가는 말들이 상대방을 불편하게만 하지는 않았는지, 괜시리 목소리만 높이면서 그것이 열정인줄만 알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요즈음 세상은 너무 자기 주관적이고 자기 편의적이며 자기 이기주의적이다 보니 남 생각해서 남 편하게 해주려고 자신의 감정을 쓸어안고 사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자기의 감정을 자신감이란 이유로 혹은 열정이란 이름으로 마구 토해내는 세상입니다. 그러하기에 주위의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려는 사람이 그립습니다. 자기 좋아서 하는 일이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이어서 하는 일이고 또한 자기에게 주어진 사명이어서 하는 일일지라도 주위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감정이 절제되어 표현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주변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주위의 사람을 편하게 만들려는 사람이 정말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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