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이 있습니다. 본문
한 때 저는 분재를 취미생활로 한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멀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은 그래도 도시의 한정된 공간에 많은 분재를 소유할 수가 없음으로 해서 옛처럼 만큼은 못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분재에서 가장 귀중히 여기는 것이 수형입니다. 나무의 모양을 내는 것 말입니다. 하찮게 여기던 잡목도 잘 잡힌 수형을 지니고 있다면 사랑받을 만한 분재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분재를 만들어가면서 인위적으로 곡을 넣기도 하고 수형을 변형시키기 위해서 철사걸이를 하기도 합니다.
곧게 자란 나무만이 멋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휘어 자란 나무가 더 멋이 있습니다. 특히 소나무는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가장 가까이서 가장 많이 접하는 우리의 나무입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솔잎을 끼운 금줄을 쳐서 나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습니다. 그리고 소나무로 지은 한옥에서 살았고, 소나무가 떨구어준 솔잎과 소나무 장작불로 지은 밥을 해 먹었으며, 그 불로 온돌을 따뜻하게 해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송홧가루 다식을 만들어 먹고, 솔잎을 얹어 송편을 해먹었으며, 솔잎차를 마셨습니다. 또 소나무 그을음을 태운 송연으로 먹을 만들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생을 마친 뒤에는 소나무로 짠 관에 묻혀 자연으로 돌아감으로써 마지막 순간까지도 소나무와 함께 했습니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에게는 정말 특별한 나무입니다. 그런데 곧게 자란 소나무보다 휘어 자란 소나무가 정말 더 멋이 있습니다. 휘어 자랐다는 말은 결코 그 성장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척박한 토양이나 바위틈에서 갖은 풍상을 만나 꺾이고 뭉그러지고 휘어져 크게 자라지도 못한 소나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을 유지하고 견디어 내고 살아남아 한껏 멋을 뽐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휘어 자란 소나무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도 순경이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순경만을 만나 형통한 삶을 살아온 사람보다 역경을 만났으나 그것을 잘 이겨낸 자의 삶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지금 역경 중에 있는 사람들은 이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온갖 풍상을 거쳐 휘어 자란 소나무가 아름다운 것처럼 이 역경을 통하여 인내를 배우고 온유와 겸손의 모습을 갖춘 인격으로 아름답게 성숙해져가는 것입니다. 한 두번 꺾기고 휘어졌다고 해서 낙심하고 자학하며 포기하는 것은 이런 것을 통하여 더 아름답게 될 기회를 잃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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