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이제는 안전제일주의로 본문
우리는 지금껏 안전보다 속도를 추구해왔다. 안전보다는 먹고살아야 되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개발을 해야 한다는 개발논리에 있어왔다. 그래서 안전은 늘 뒷전에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누구든지 안전이 중요함을 모르지는 않았겠지만 우선순위에서 안전이 밀려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지불해야 할 값이 그 동안 너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 끊임없이 이어져 오는 대형사고들은 이와 같은 속도와 개발 후유증으로 말이암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우리는 안다. 계단도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 것이 빠른 길이라는 것을 말이다. 몇 번이라면 모를 일이지만 두 계단씩 계속해서 오를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밥도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먹는 것이 배부르고 소화도 잘 되는 것이지 열 숟가락을 한꺼번에 먹으려고 하면 입이 찢어지거나 채할 수밖에 없다. 어찌 한 계단 한 계단 걷는 것과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밥을 떠먹는 것을 느린 것으로만 치부하여 어리석다 하겠는가? 이젠 좀 느리게 가더라도 안전을 제일주의로 할 때가 되었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나라를 복권공화국이라 표현한 언론이 있었다. 부도 한푼 두푼 땀 흘려 번 돈으로 축적해서 이루어야지 한탕으로 부를 모으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복권은 오히려 내 한 푼을 다른 이를 위해서 기꺼이 적선하는 마음으로 던져야 할 몫이라 생각하고 버려야 되지 않는가 생각한다. 그리고 요행으로 당첨이 되었다면 초심으로 돌아가 버렸던 것이니 또한 다시 내 것이 아님을 확인하고 또한 버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우리 사회는 내용보다는 포장에, 내면보다는 외형에 치우치는 단면을 가지고 있다. 많은 집들이 속은 소음에 시달리고 불편한 구조에 시달리면서도 겉이 화려해야 하고, 책들도 필요 없이 금박에 하드케이스를 사용한다. 디자인이 경쟁을 좌우하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속빈 외형뿐이라면 아무리 디자인이 우수하다하더라도 경쟁력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속을 채우고 내면을 아름답게 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겉으로는 1만불시대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속은 5000불, 아니 1000불 수준 밖에 안 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런 것들이 안전에 치명적인 걸림돌인 것이다.
"당신이 벼랑 끝에 서 있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 아니라 거기서 주의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약간의 자만심이나 자기 확신에 빠지는 것만으로도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 겉으로 이루어 놓은 것으로 교만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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