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다시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본문

살림운동

다시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유앙겔리온 2003. 2. 5. 13:04


우리나라 다리 중에는 대교(大橋)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들이 별로 없다. 그런데 그 중에는 정말 대교라고 할만한 위용을 찾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기어코 대교라고들 한다. 그 만큼 우리민족은 큰 것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좁아터진 땅덩어리에서 태어나고 그 속에서 자란 약소민족의 설음 때문일까? 아마도 그러지 않나 생각이드는 것은 이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도 그런 의식이 없지 않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상심리 때문에 막연히 큰 것만 동경하고 위신과 체면을 위해서는 분수에 맞지도 않게 지나치게 큰 것을 소유하려고 한다. 모든 것을 과장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결국 지내놓고 보면 다 허허롭다.

사람들은 대부분 큰 건물, 큰 나무, 큰 성과 등등 이런 큰 것에 놀라워하며 동경하며 경외심을 갖는다. 그러나 그 큰 것을 이루기 위해서 감추어진 작은 것들은 간과하기 십상이다. 거시적이니 미시적이니 하는 말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무엇을 볼 때는 관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 관점에 따라 어떤 것은 중요시되고 어떤 것은 가볍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작은 것을 가볍게 여기면 큰 것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작은 일을 하는 것도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거대한 나무도 작은 순과 가지로부터 시작되었음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높은 탑도 작은 벽돌을 하나씩 쌓아올리는 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처음의 보잘 것 없음에 쉬 낙심하고 포기한다면 그 종말에 예비해 놓으신 하나님의 뜻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처음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그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말씀도 있다. 작은 일부터 꼼꼼히 해나가다 보면 결국 큰 일을 이루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많은 제품들이 기술력이나 상품의 질에서 선진국의 제품과 별 차이가 없는 것들도 값싼 대접을 받는 것이 많다고 한다. 그것은 제품에 큰 하자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주 미세한 부분들을 잘못해서 특히 끝마무리 같은 것을 잘 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하니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워낙 기술력이 떨어지고 상품이 질이 비교하위에 있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일지라도 우선 할 수 있는 일, 작은 아무리만 잘 해도 대등이나 비교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일이다.

벌써 2월이다. 중동에 전운은 감돌고 있고 기름값은 계속 올라가고 있으며 정치 경제상황이나 세계질서는 특별하게 좋아질 것 같지 않다. 희망차게 새해를 열고 달려왔지만 만만치 않다. 2월은 포기의 달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세초에 세웠던 것들이 지켜지지 않고 무너져버림으로서 무력감에 시달리는 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너무 목표를 크게 잡고 또는 인내와 끈기가 부족함으로 말미암아서 작심삼일이 되어버린 일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목표는 세초에만 세우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큰 목표가 아니면 어떠한가? 다시 작은 것부터 새로이 시작하면 심신과 일에 추진력이 붙어서 기대치 이상의 성과도 올리게 되리라 생각한다. 다시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자.


'살림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일은 다시 없기를.......  (0) 2003.02.22
유익한 사람  (0) 2003.02.12
절제하며 삽시다  (0) 2003.01.29
훌륭한 사람이 다 유명한 것은 아니다  (0) 2003.01.22
천천히 흐르는 물  (0) 2003.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