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잘 들어주는 사람 본문
새벽 3시가 다 되어갑니다. 4시 30분에 일어나 새벽기도회에 가야 하는데......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이 들지 않아서 잠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잠자리 누워 오지 않는 잠을 청하기 위해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는 것보다는 벌떡 일어나 요즈음 소홀리했던 블로그에 글쓰는 일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저는 요즈음 쓰는 것보다는 읽는 것을 더 많이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을 더 많이 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더그 매닝은 그의 저서 「슬퍼하는 자를 위로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잘 들어주는 사람은 걸어다니는 감동적이고 인격적인 집중치료기구이다. 내가 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 사람이다”라고 했습니다.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기란 좋은 의사가 되고 좋은 성직자가 되는 것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저기서 말 잘하게 해주는 기법들을 가르치는 곳들은 많은 것 같은데 말을 잘 듣는 자를 훈련하는 곳은 없습니다. 그만큼 듣는 일보다는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인생살이의 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말을 많이 해야 자기가 살아나고 자신이 돋보이고 자기 현존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대는 말의 홍수의 시대입니다. 무슨 기자회견은 그렇게도 많고 성명서는 왜 그리도 많은지 그리고 띠를 두루고 완장을 차고 소리를 내지르는 이들은 왜 그렇게도 많은지..........
자고 깨면 원하던지 원치 않던지 이런 저런 당과 기관의 대변인들의 독설들을 대하면서 삽니다. 그러나 정작 그것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이는 없습니다. 서로 말만 많이 하고 진실로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이 없으니 사회가 깊이 병들고 상처를 입습니다. 그리고 불신만 자꾸 증폭되어 가게 되는 것입니다.
듣는 은사를 개발해야 하겠습니다. 듣는 은사를 구하고 사용해야 하겠습니다. 그것은 결코 가벼운 은사가 아니며 쉬운 능력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더욱 그렇게 하려고 힘쓸 이유가 분명합니다. 말을 많이 하면 사람을 잃고 친구를 잃게 되지만 잘 들어주면 사람을 얻고 친구를 얻게 될 것입니다.
슬퍼하는 자를 위로한답시고 찾아가서 오히려 지극히 많은 상처를 더 해 주고 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슬퍼하는 이로 말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만히 있어 말하는 것을 들어주어야 합니다. 아무리 되풀이 되고 지루한 이야기라도 정성껏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될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을 얻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시면서 입은 하나만 만드시고 귀는 두개를 만드셨습니다. 말하기는 한 번하고 듣기는 두 번하라는 의미이겠지요. 이것이 순리라면 말을 많이 하고 듣기는 적게 하는 것은 역리일 것입니다. 무엇이든지 역리로 사용하면 반드시 재앙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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