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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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년 설(구정)을 기다리며

유앙겔리온 2005. 2. 5. 22:05

   우리는 설을 신정과 구정이라 해서 두 번씩이나 지냅니다. 신정 때도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축복하고, 구정 때도 역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하고 축복하며 인사를 합니다. 그러면서도 별 거부감없이 이런 문화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사고구조가 가능한 것은 또 하나의 문화적인 혜택일 수 있겠다 싶어 싫지를 않습니다. 두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어떻든 복된 일입니다.

 

  그 동안 이중 설의 문제로 인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우리 민족의 정서가 두 번의 설을 존재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정과 구정 사이에 어정쩡한 새해 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신정과 구정을 오가면서 어떤 결단과 결심을 하는데 시간을 벌기도 합니다. 올해도 신정과 구정 사이에 40여일이라는 시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을유년(乙酉年)입니다. 즉 닭띠해입니다. 사실 을유년이니 닭띠해니 하는 것은 기독교적인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만 닭이란 가축이 한 해를 마감 할 때까지 오르내릴 수 밖에 없는 문화속에서 살아야 하기에 선교적이고 복음적인 접근을 해서 교훈을 찾아내는 것이 침묵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서 설도 돌아오고 하는데 닭을 통해서 몇 가지 교훈을 찾아보자 한 것입니다. 


  닭은 체온이 참 뜨거운 동물입니다. 그래서 닭은 젖가슴이 없이도 체온으로 알을 품어 생명을 잉태합니다. 암탁은 그 날개 아래 병아리를 모아 양육을 하며 보호합니다.

 

  무엇보다 전통 혼례의 자리에서 부부 축복의 심볼로 닭이 사용되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썰렁하다고 할 때 닭살 돋는다고 하고 튀는 부부를 일러 '닭살 부부'라 합니다. 그리고 약간 미련스러운 사람을 닭대가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닭을 잘 몰라서 오해한 것입니다. 닭은 수탉끼리는 싸워도 수탉이 암탉을 쪼는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암탉이 수탉에게 달려드는 일도 없습니다. 이것이 닭의 금슬(琴瑟)입니다. 이래서 혼례의 자리에 부부금실의 상징으로 닭이 사용된 것입니다. 올 한 해 닭을 닮아 '닭살 부부'로 살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혼율이 OECD회원국 중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부부금슬이 좋으면 이런 불행은 없어지겠지요. 부부가 금슬 좋게 사는 것이 가정의 행복과 성공의 고속도로가 되는 것입니다. 닭은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리 분주하게 욺직여도 저녁이 되면 틀림없이 제집에 돌아와서 잡니다. 그리고 계란도 꼭 낳은 곳에서만 낳습니다. 아무데서 자고 아무데나 알 낳고 하지 않습니다. 신념이 있고 신조가 있고 신의가 있습니다.


  삶이 팍팍하고 가난하던 시절에는 시골에서는 닭이 낳은 계란은 물물교환을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였습니다. 계란은 현금과도 같았습니다. 영양가 있는 것이라고는 별로 없을 때 유일한 단백질의 공급원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가하면 동내 형들이 군대갈 때 집안에 있던 계란 한 줄 가지고 가서 그 서운함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닭은 우리 인간에게 아낌없이 주는 가축입니다. 닭은 원래 야성을 가진 동물이었습니다. 그런데 3,000여 년 전 동남아 지역에서 인간에게 길들여진 이후 닭은 인간에게 아낌 없이 주는 가축이 되었습니다. 닭은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와 달걀을 줍니다. 그리고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그 털까지도 침낭용 닭털로 제공합니다. 그리고 닭의 배설물은 기름진 땅을 가꾸는 거름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닭의 그 헌신과 희생으로 나의 삶의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며 삽시다. 닭처럼 나눔을 실천해 봅시다. 우리도 야성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길들여지고 성령에 의해서 길들여져 아낌없이 헌신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닭은 적게 먹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충분하게 숙면을 취하는 대단히 지혜로운 동물입다. 뜻밖에도 닭의 수명이 20년을 웃돈다고 합니다. 인간이 빨리 잡아먹어버려서 그렇지 자연적인 수명대로 살면 개 보다 그 수명이 더 깁니다. 2004년 6월 싱가폴에서 세계 노화방지학회가 열렸습니다. 전 세계 의사 800여명이 모여 발표회를 가졌는데, 결론은 아주 평범한 상식 수준의 것이었습니다. 노화를 방지하고 건강하게 살려면 "당신이 원하는 것보다 적게 먹어라. 그리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일하라. 마지막으로 충분한 숙면을 취하라." 이렇게 살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닭의 생활을 두고 한 말만 같습니다. 닭은 잡식성이라 뭐든 골고루 잘 먹습니다. 거기다 음식을 한꺼번에 몰아먹은 일이 없습니다. 하루종일 낱알을 찾아 조금씩 먹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잡니다.  닭처럼 골고루 먹으면서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충분한 숙면을 취하고 살아야 합니다.


  시계가 없던 시절 닭은 새벽을 깨우는 자명종이었습니다. 날이 밝아오는 것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것이 닭입니다. 닭은 인생의 새벽을 깨우는 동물입니다. 아침을 지배하는 사람이 인생을 지배합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찾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아침은 높은 집중력과 에너지로 나의 삶을 가장 빛나게 합니다. 가장 좋은 시간을 나 자신을 개발하는데 써 봅시다. 올 한해는 자신의 새벽을 깨우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새벽에 잠들어 있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닭은 하나의 일로 여러가지 효과를 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닭의 재미있는 특성중의 하나가 땅파기 습성인 것은 닭은 관찰해 본 사람은 다 아는 일입니다. 닭이 지나간 곳은 그래서 땅이 울퉁불퉁해집니다. 땅을 파는 것은 땅속에 숨어 살고 있는 지렁이나 애벌레 같은 먹이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몸에 묻은 기생충을 흙과 함께 털어 버리기 위해서 땅을 파 흙을 뒤집어 씁니다. 그리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입니다. 닭은 한 가지 일을 통해 이처럼 여러 가지 목적을 달성해냅니다. 한 가지 일을 하는 것으로 다중적인 효과를 거두는 사람이 됩시다. 무슨 일을 할 때 한가지 밖에 못하는 사람이 되지말고 멀티플레이어가 되십시다. 내게 하나가 주어질 때 그 하나를 열 가지로 만들어 사는 지혜로 삽시다.

 

  닭은 베드로에게는 스승을 부인한 죄를 깨닫게 해주고 예수님의 경고의 말씀을 깨우쳐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베드로는 그 닭울음소리(지난 번의 글에서 닭의 노래소리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죄의 자복과 관계있음으로 울음소리로 표현하는 것이 옳겠지요)와 함께 통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닭울음소리는 우리에게 오늘도 핑계하지 말고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숨기지 말고 통회자복하라고 깨우칩니다. 통회하는 영혼이 아름답고 통회하는 영혼이 깨끗합니다. 그러니 닭의 해, 닭에서 삶의 지혜를 얻어보는 것도 좋을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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