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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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운동

꿀을 써도 지나치게 달지 않게

유앙겔리온 2004. 12. 10. 10:41

하는 일 때문에 외식하는 경우가 참 많다. 그래서 웃음삼아 “내가 맛있다고 하면 그 음식은 정말 맛이 있는거야”라고 자신의 혀끝의 맛감각 기능의 우월함을 자랑할 때가 있다. 그리고 맛이 있어 두 번 이상 찾아간 음식점들은 많은 음식점들이 못해먹겠다고 솥단지를 내던져 버리는 이 불황에도 언제나 손님이 분비고 있는 곳들이었다. 그 집 음식을 먹으려면 순번을 기다리는 수고쯤은 기쁨으로 여겨야 한다. 맛이 있으면 규모나 거리나 값과는 관계없이 맛 순례를 마다하지 않는 음식 메니아들이 우리나라에도 참 많다. 음식은 역시 맛이 경쟁력이다.


 그런데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원재료이겠으나 결코 그것만으로는 짜릿한 음식의 맛으로 사람을 유혹할 수 없다. 좋은 맛은 결국 양념의 정도를 잘 가늠해서 간의 균형을 유지케 하는 손맛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음식을 만들 때 꿀을 써도 지나치게 달지 않게 하고, 소금을 써도 지나치게 짜지 않게 하는 절제와 균형의 도를 지켜야 음식이 맛이 있다. 양념이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그 음식이 꼭 맛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양념 때문에 음식의 맛을 잃게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므로 과하지 않아야 한다. 어디 음식의 맛뿐이겠는가?


사람의 욕심과 욕구는 끝이 없고 한이 없다. 즐거움과 기쁨도 매 마찬가지이다. 적당한 때에, 적당한 수준에서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적당할 때 멈추는 것이 곧 절제며 균형 감각이다. 균형 속에 안정감이 있고 평화가 있고 참된 기쁨이 있다. 맛과 멋과 참된 기쁨과 즐거움은 균형에서 온다. 끝까지 가야겠다고 고집하고 더 이상 채울 수 없이 아구까지 채워 넘치면 단 맛이 쓴맛으로 바뀐다. 


욕심과 탐심에는 함정이 있어 감사를 잃게 한다. 자족할 줄 알아야 하고 적당할 때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한다. 먹기 좋은 진미에 식탐이 더하여지면 장을 상하게 하고 뼈를 썩게 한다. 그래서 진미가 보양이 아니라 독약이 되 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미도 적당히 먹지 않으면 건강을 해친다. 쾌락은 우리에게 자신을 던지게 하는 헌신의 동기이며 성취동기를 주는 좋은 자극제이지만 쾌락에 깊이 빠지면 어느 것이나 몸을 망치고 덕을 잃는 원인이 된다. 적당히 하지 않으면 후회를 남기게 된다. 탐닉하는 것은 병들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한 것은 부족함만 못한 것이다. 운동도 과하면 병이 되고, 보약도 과하면 독이 되고, 사랑도 과하면 애증이 된다.


세말이 되었다. 그리고 한 살을 더 먹어야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년의 세말은 남다르다. 그래서 욕심부릴 것이 참 많은 때이다. 그러기에 스스로에게 욕심부리지 말라고 권고해보는 것이다. 맛을 더 내겠다고 꿀을 더하거나 소금을 더하면 음식을 버리게 된다. 부족한 듯한 때에 멈추어 설 수 있는 자기 제어장치를 튼튼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