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불은 애초에 끄지 않으면 안 된다 본문
이반은 사이가 몹시 나빠진 이웃집에 사는 사람이 자신의 집 기둥과 기둥이 접한 차양 밑에서 불을 붙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사람을 잡겠다고 쫓아갔다.
그런데 범인을 잡으려고 쫓아가는 동안 벌써 불은 집 전체로 번저버렸으며 마을을 집어삼키는 큰 불이 되고 말았다.
이반은 불탄집을 바라보면서 "아아, 그때 차양 밑에 불붙는 짚단을 끌어내어 껐으면 괜찮을 텐데! 아니 이게 왠일이냐!" 그는 이 말만을 되풀이하였다......... 불은 밤새도록 타올랐다. 이반은 한쪽 구석에 서서 멀거니 자기 집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 이게 왠일이란 말인가! 그냥 짚단을 끌어내어 비벼껐더라면 됐을 텐데.........."
이반은 온 동네가 다 불타고서야 불을 낸 범인 쫓아가는게 먼저가 아니라 애초에 불씨를 꺼야 하는 것임을 깨닫고 후회했다. 이반은 이 일 후에 새 사람이 되었다.
이반은 원수같이 지낸 이웃 사람과 화해를 결심했고 불을 낸 것도 문제삼지 않고 입을 봉해버렸다. 그리고 진정으로 그 이웃과 화해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화해하러 가려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었다. 이렇게 차일 피일 미루고 있는 이반에게 그의 늙은 아버지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반, 어서 가거라. 결코 미뤄서는 안 된다. 불은 처음에 잡지 않으면 나중에 손을 쓸수조차 없게 되느니라"
L.N. 톨스토이 단편선, 박형규옮김, '불을 놓아두면 끄지 못한다'중에서
위의 어록은 이웃과 사이가 나빠진 아들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화해해야 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망설이고 있을 때, 그의 늙은 아버지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들려주는 애정어린 권면의 말입니다. 아버지는 지혜로운 아버지셨습니다. 아버지의 지혜는 연륜에서 채득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아버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순종하는 것은 아버지의 지혜로움을 자신의 것으로 삼는 것입니다. 지혜의 전승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듦이 부끄러움이 되고 늙음이 천덕구러기 취급을 당하는 세태가 되어 어른들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반의 늙은 아버지가 그 아들에게 들려준 "이반, 어서 가거라. 결코 미뤄서는 안 된다. 불은 처음에 잡지 않으면 나중에 손을 쓸수조차 없게 되느니라"는 말을 오늘 내게 준 말로 삼았으면 합니다.
미움의 불이 커지기 전에 화해해야 합니다. 분쟁과 다툼과 오해도 커지기 전에 충분한 설명과 이해로 풀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 불이 되어 자신뿐 아니라 이웃에게까지 그 불로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추운 겨울에 화해하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해서 마음까지 추워서는 안될 것입니다. 어서 갑시다. 그리고 화해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