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바르게 해야 합니다. 본문
한 때 얼마나 일을 많이 했느냐? 얼마나 일을 빨리했느냐? 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 때가 있었습니다. 배고픈 시절, 경제를 살려서 어떻든 가난을 면하고 부자 국가가 되는 것에 집중했던 시절에는 그런 것이 최고의 가치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유, 행복, 안전 평안과 같은 것은 사치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장이란 깃발 아래 모든 정신적이고 영적인 것은 깃발을 내려야 했고 감추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달려왔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도 일견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달려온 것과 다른 방법, 즉 일테면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달려왔다고 해도 어쩌면 지금보다 더 잘 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더 건강한 자본주의, 더 건강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렸을 것이란 생각도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꼭 우리가 달려온 역사가 최선이며 최고였다고 고집하는 것은 그것으로부터 어떤 정당성이나 이득을 보려는 세력들의 몸부림이라고도 볼 수도 있기에 단정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이제 살만해졌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시대의 가치관을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여전히 그러한 가치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나 집단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이들은 일을 많이 하고 빨리하기 위해서는 안전이나 평화나 자유 같은 것은 침해되거나 유보되어도 된다고 아직도 생각합니다. 결과만 좋으면 되었지 과정이야 어떻든 상관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가치관으로부터 파생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민족이 지고가야 할 짐이 되고 있습니다. "빨리", "많이"를 외치면서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서 쌓아온 것을 여지 없이 갉아먹어치우려는 세력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비록 세계적인 경제침체에 발목잡혀 있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지난 시대의 망령에 사로잡혀서는 안 됩니다. 경제를 핑계삼아서 구습의 회귀를 정당화하거나 구습의 회귀에 대한 집착을 강화해서는 안됩니다. 적게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합니다. 느리게 하더라도 바르게 해야 합니다. 생명과 건강이 안전하고 지탱되는 것은 "많이" 하고 "빠르게" 하는 것보다 더 본질적인 것입니다. 본질적인 것을 중요시하면 그렇지 않는 것은 자연스럽게 해결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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