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영웅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추운 겨울날이었다. 시카고에 있는 집들마다 지붕에 눈을 가득 이고 있었다. 로보트 맥그레스는 아내가 상자 몇 개를 가지러 뒤뜰에 있는 차고로 가는 것을 봤다. 몇 초쯤 지나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밖을 내다보니 차고 지붕이 내려앉은 게 보였다.

 모자나 외투 걸치는 것도 잊어버린 채 맥그레스는 즉시 삽을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웃들에게 도와 달라고 외치면서 미친 듯이 눈을 파냈다. 그의 얼굴에 흘러내린 땀은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눈을 파내고 부러진 판자를 끄집어 내고 또 눈을 파내고….

 한참을 그렇게 하자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나왔다!

 눈을 더 파내자 몇 안 되어 아내를 품안에 안을 수 있게 됐다. 하마터면 소중한 아내를 잃을 뻔했던 그는 흐느끼며 물었다. "여보, 괜찮아?"

 그러자 아내는 사랑을 가득 담은 얼굴로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 고마워요."

 그 후 아내가 이웃들에게 남편에 대해 어떻게 자랑했는지는 굳이 얘기하지 않겠다.

 그런데 그 부부의 옆집 사람이 그때 자신이 목격한 광경을 내게 살짝 귀뜀해 주었다.

 맥그레스 부인은 차고 입구로 들어갔다가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지붕이 내려앉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와 집안에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남편이 정신없이 이웃에게 도움을 청하고, 작업 지시를 내리고 눈을 파내는 사이, 그녀는 다시 집을 나와 재빨리 차고 뒷문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평생 자신의 영웅이 되게 하려고 말이다.

 

    

                        *내 인생을 바꾼 가족사랑* 앨리스 그레이 지음/두란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