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현의 살림운동
안전지대 본문
현대인들의 관심과 염려 중에 첫 번째가 무엇일까를 지난 한 주간 동안 생각해보았습니다. 많은 단어들이 떠올랐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안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건강은 안전한가? 내 정보는 안전한가? 군대 보내놓은 자식은 안전한가?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은 안전한가? 내 재산이나 내 주변은 과연 안전한가? 여러 가지 재해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가?
끊임없이 뉴스에 실려 오는 많은 사건들을 보면서 자신과 가족의 안전문제를 생각해보지 않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것입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사회 속에서 크고 작은 사고는 우리들 주변에서 쉼 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 여름 휴가철과 각종 기관들의 여름 행사철이 시작되었는데 올해는 인재들이 없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일의 사회철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그의 저서 [위험사회]에서 현대사회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사회"라고 진단했습니다. 많은 문명의 이기들이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큰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꼭 학자의 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귀 기울여보면 위험사회의 메시지를 누구나 어디서든지 들을 수 있는 것이 현대사회입니다.
우리 사회는 더욱 그렇습니다. 가장 안전해야할 군용전투기가 하루에 8분의 시차를 두고 한 대는 남해와 한 대는 서해에 떨어지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이고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가 형기 중에 당당하게 정문을 걸어 나와 사람을 납치하여 끌고 다닐 수 있는 곳, 안전지대가 되어야 할 군대나 학교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사고로 인해서 가장 불안전한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그런 것이 싫다고 자녀들을 데리고 보다 안전한 나라로 이민을 떠난 사람들도 부지기 수 입니다.
안전이 펑크가 나지 말아야 합니다. 다 가졌어도 안전이 펑크가 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잘 먹고 잘 살아도 안전이 펑크나면 행복할 수 가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안전장치가 잘 된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이젠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이젠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당장 실적과 공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안전을 중시 여기는 풍토가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 곳이 안전지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전지대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