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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을 만들라(왕상 6:5~8)

유앙겔리온 2023. 8. 16. 16:24

골방을 만들라
왕상 6:5~8

왕상6:5 또 성전의 벽 곧 성소와 지성소의 벽에 연접하여 돌아가며 다락들을 건축하되 다락마다 돌아가며 골방들을 만들었으니 
왕상6:6 하층 다락의 너비는 다섯 규빗이요 중층 다락의 너비는 여섯 규빗이요 셋째 층 다락의 너비는 일곱 규빗이라 성전의 벽 바깥으로 돌아가며 턱을 내어 골방 들보들로 성전의 벽에 박히지 아니하게 하였으며 
왕상6:7 이 성전은 건축할 때에 돌을 그 뜨는 곳에서 다듬고 가져다가 건축하였으므로 건축하는 동안에 성전 속에서는 방망이나 도끼나 모든 철 연장 소리가 들리지 아니하였으며 
왕상6:8 중층 골방의 문은 성전 오른쪽에 있는데 나사 모양 층계로 말미암아 하층에서 중층에 오르고 중층에서 셋째 층에 오르게 하였더라 

  솔로몬 성전을 지으면서 성전의 벽에 다양한 골방들을 만들었습니다. 그 골방의 용도는 성전안에서 제사할 때에 사용할 떡이나 분향할 향이나 기름을 만들도록 마련된 방들이었습니다. 

  이 '골방'에는 다른 사람이 들어갈 수 없었고, 지정된 사람만이 그곳에 들어가서 하나님께서 명령하신대로 떡이나 향이나 기름을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이런 구절을 보면 솔로몬 왕이 성전을 얼마나 정교하고 아름답게 지으면서도 실용적이고 영적으로 건축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 골방을 중심으로 해서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골방'이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리쉬카'라고 하며, 헬라어로는 '타마이온'이라고 합니다. 헬라어 '타마이온'은 '자르다'라는 뜻의 '템노'와 '청지기', '담아두는 용기'라는 뜻의 '타미아스'의 합성어로서 '세상 모든 것을 잘라내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을 담아두는 곳'을 의미합니다. 

  이 단어가 저장실, 내실, 침실, 거실 등의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골방이란 바깥과 대조되는 조용하며 비밀스런 공간을 뜻하는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복음적인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의 집에도 많은 것이 마련되어야 하겠지만 오늘 솔로몬 성전에 하나님을 더 잘 예배하고 섬기기 위해서 골방이 마련되어던 것처럼 우리의 마음 은밀한 곳에 골방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복음적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골방'은 솔로몬 성전에 특정인만 들어가서 특정한 일을 하는 사방이 벽으로 둘러 싸인 작은 방"만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밀실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 하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라도 골방이 될 수 있습니다.?그곳이 일터든, 주방이든, 또한 길을 걸을 때도 외부의 환경을 받지 않고 온전히 하나님께 기도하는 곳, 찬송하는 곳,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곳이 골방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드시 자신의 장막에 골방을 만들어야 합니다. 무더위에 지쳐 쉼이 필요하고 휴가가 필요한 이 때에도 골방을 만들고 골방을 찾아 들어가 하나님을 더욱 가까이 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지 우리는 골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방해를 받지 아니하고,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을 내 앞에 모시고 내가 그분과 상대할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골방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요란한 곳을 피하여 광야나 산이나 저 들판에 가셔서 기도하셨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에게는 광야가 골방이었습니다. 산이 골방이었습니다. 들판이 골방이었습니다. 이 시간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아니하셨고, 빼앗기지 아니 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머리 둘 곳도 없으셨으나 많은 골방을 가지셨습니다.

  유명한 시인 릴케는 <말테의 수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독한 사람을 가만 내버려둬라, 그 사람을 귀찮게 하지 말라, 그 사람은 당신들보다 수준 높은 사람이다. 그 사람은 지금 신을 만나고 있다."

  고독한 장소에서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것, 그 장소 그 시간에 주님을 만나는 것, 그것은 자신의 영적 수준을 높이는 기회입니다. 
  
  고 함석헌 선생의 시 중에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라는 시가 있는데, 그 시를 잠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 이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 세상의 냄새가 들어오지 않는 은밀한 골방을 그대는 가졌는가?

  그대는 님 맞으려 어디 갔던가? 네거리에던가? 님은 티끌을 싫어해 네거리로는 아니 오시네.   

  그대는 님 어디다 영접하려나? 화려한 응접실엔가? 님은 손 노릇을 좋아 않아 응접실에는 아니 오시네.   

  님은 부끄럼이 많으신 님, 남이 보는 줄 아시면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여 말씀을 아니 하신다네.   

  님은 시앗이 강하신 님, 다른 친구 또 있는 줄 아시면 애를 태우고 눈물 흘려 노여워 도망을 하신다네.

  님은 은밀한 곳에만 오시는 지극한 님, 사람 안 보는 그윽한 곳에서 귀에다 입을 대고 있는 말을 다 하시며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자 하신다네.   

  그대는 님이 좋아하시는 골방 어디다 차리려나? 깊은 산엔가 거친 들엔가? 껌껌한 지붕 밑엔가? 또 그렇지 않으면 지하실엔가?

  님이 좋아하시는 골방 깊은 산도 아니요 거친 들도 아니요, 지붕 밑도 지하실도 아니요, 오직 그대 맘 은밀한 속에 있네.   

  그대 맘의 네 문 밀밀히 닫고 세상 소리와 냄새 다 끊어버린 후 맑은 등잔 하나 가만히 밝혀만 놓으면 극진하신 님의 꿀 같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네." 

  이렇게 함석헌 선생이 그의 시에서 읊고 있는 것처럼 이 세상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방, 이 세상의 소리가 들어오지 않는 방, 이 세상의 냄세가 스며들지 않는 방, 그것이 골방입니다. 

  그 가장 자리에 무릎을 덢석꿇고 마음 조아리며 주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자리, 그곳이야 말로 나의 진정한 골방이 되는 것입니다.

  이 시간, 이런 골방이 나에게 있는가? 스스로 질문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꼭 이런 골방 하나쯤은 갖추고 살아가는 복음적인 그리스도인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골방만 만들어 놓고 그 골방에 들어갈 기회를 만들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골방이 있어도 들어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곳에 머물지 않으면 골방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잡상, 잡된 시선, 잡소리, 잡냄세, 잡귀, 잡념이 스며들 수 없는 오직 주님께만 집중하고 착념할 수 있는 골방으로 들어가 한 동안 거기 머물 수 있다면 훨씬 거룩한 삶을 살아낼 수 있는 복음적인 그리스도인들이 될 것입니다. 

  금번 여름 더위를 피해서 쉼을 찾는 우리 복음적인 그리스도인들은 오늘 말씀에 따라서 자신만의 골방을 찾아서 한동안 잠잠히 그곳에 머뭅시다. 그것이 나에게 주는 최고의 휴식이며, 선물이며 나에게 투자하는 최고의 투자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