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다회에 대한 소회
근래에 들어서 두 번의 다회가 내 주변에서 열렸다. 한 번은 우리 집에서, 한 번은 이웃집에서 였다. 그리고 그 두 번의 다회에 어떻게 해서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연 다회는 아니었지만 그와 비슷한 입장이 되고 말았다. 다회는 주로 보이차 판매상이 여러 종류의 차를 가지고 와서 차를 소개하고 그 차들을 시음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졌고 다회를 마친 후에는 함께 식사하는 것으로 다회를 정리하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두 번의 다회에서 차 상인들이 보이차를 우려내는 방법이 지나치게 진하게 우려내는 방법이여서 첫 번째 잔을 마신 이후로는 혀가 얼얼해서 그 다음으로 이어 마신 차들은 도대체 맛을 분별하기 힘들었다는 기억뿐이다. 몇 년 되지도 않는 생차를 진하게 우려내니 그렇지 않겠는가?
대만의 보이차 전문가인 등시해 교수는 "보이차를 마실 때 아주 여리게 마셔야 그 차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있고, 오히려 너무 진하게 마시면 혀가 마비되어 차의 참 맛을 알기 힘들다"고 했다. 그에 의하면 대만에서는 가짜차를 팔 때 자주 이 방법을 사용하여 보이차를 진하게 우려낸다고 한다. 그런데도 두 번의 다회에서 내가 만난 차 상인들은 보이차를 연하게 우리면 차 맛을 알 수가 없다고 하면서 지나치게 진하게 차를 우려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 진위를 가려낼 수 있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진하게 우려 마시는 음다법이 보이차를 바르게 우려 마시는 방법이라고 일러주었다.
나는 대체로 차를 연하게 우려마시는 사람이다. 그리고 차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이나 주변의 다인들에게도 그렇게 권하고 팽주를 할 때도 그렇게 차를 우려냈는데 전문가를 자처하는 차 상인들에 의해서 다우들 앞에서 참 내 모양새가 우습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상인들이 떠나고 난 후에 그 의도를 차분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이런 경험은 다회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그런 경험이 몇번 더 있었던 터이다. 차상인들이 한결같이 차를 지나치게 진하게 음다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차를 마시는 이의 혀를 마비시켜 차를 제대로 감별하지 못하게 하는 의도는 없을까? 그런 것이 아니라면 보이차 사용량을 많게 하여 차소비를 늘려보려는 저의가 그 속에 깔려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서 차상인들도 역시 상인은 상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음다생활에서 보이차를 검고 진하게 우려 마실 줄 알아야 보이차를 많이 아는 것으로 평가해 주는 분위기가 있는듯 한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경험으로는 차가 너무 진하면 차 맛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특히 첫 잔이 진하면 다음 잔은 무슨 맛인지 느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한 음다는 건강에도 좋지 않다. 지나치게 진한 차는 위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건강에 오히려 해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차에는 여러 가지 물질이 들어 있다. 지나치게 차가 진해지면 이런 물질이 짧은 순간에 과다하게 그대로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몸에 이상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진한 음다법은 곧 경제적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두 달 마실 차를 한 달 밖에 마시지 못하면 좋은 차를 위하여 지불해야 하는 차의 값으로 볼 때 이것은 만만치 않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듯이 모든 것은 지나치면 좋지 않다. 차라고 다를 바가 없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마시는 차가 지나치게 진하여 위를 상하게 하고 몸을 헤치고 과중한 경제적 지출까지 하게 한다면 그것은 결코 옳은 차생활이 아닐 것이다. 요즈음 차 상인들의 그릇된 상술로 인해서 차생활을 즐기는 기분까지 망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나의 두 번의 다회 참석 소회는 썩 기분 좋은 것이 아니었다.